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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08. 2024

누구도 경계를 넘어 다른 사람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폴 오스터 ㅡ 뉴욕 3부작

"우리는 누구나 이야기를 듣기 원하고 그래서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말속에 진짜 이야기가 들어 있다고 상상하면서 우리 자신을 이야기 속의 인물로 대체시킨다. 마치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기만이다.


우리는 독자적으로 존재하고 때로는 자기가 누구인지를 어렴풋이 알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삶이 계속될수록 우리 자신에 대해 점점 더 불확실해져서 우리 자신의 모순을 점점 더 많이 알아차리게 된다. 누구도 경계를 넘어 다른 사람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누구도 자기 자신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바로 그 간단한 이유로."

얼마 전 타계한 폴 오스터(Paul Auster)의 대표작인 <뉴욕 3부작>에 나오는 글이다.


경험과 지식이 쌓여갈수록 마치 세상 모든 이치와 흐름을 다 아는 것 같이 보인다. 거기에 하는 일까지 순조롭다면, 인간관계 또한 막힘이 없다면, 생존의 고민이 아닌 그저 부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의 유희를 즐기지 못하는데서 오는 불만만 있다면, 나도 나를 알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도 나와 비슷한 처지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착각 속에서 서서히 교만과 아집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러나 조그만 돌부리에 걸려도 넘어질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미물에 불과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과 사가 갈리기도 한다. 따라서 내가 다른 누군가를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만큼 교만한 것도 없다. 나도 나 자신을 모르는데 말이다.


세상이 모순이라고 볼멘소리를 하면서, 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 문제지 내가 문제가 아니라는 마음이 들 때 저 문장은 얼마나 큰 깨우침을 주는지 모른다. 내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모순을 깨닫고 좀 더 겸손해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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