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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18. 2021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히가시노 게이고 _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고민은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없어 고민인 것이다. 답을 찾기 어렵다고 모른 체할 수 없다. 그저 옆에서 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기만 해도 마음이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얘기를 들어줄 자세가 되어 있느냐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상대의 눈높이까지 낮아져야 한다.


전에는 해답만을 찾았다. 상대가 바란 것은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라, 그저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필요했던 것인데도. 자기편이 되어 공감해 주길 원했던 것인데도. 결과 지향의 삶을 살았던 대가라면 대가이리라.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희생양을 찾는다. 때로는 한순간만이라도 누군가의 희생양이 되어줄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 나도 참 어리석다.






누군가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논리 정연함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비논리적이고 지극히 감정적인 하소연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이야기도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소통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그런 자세를 갖는 것이다. 내 기준과 잣대만을 상대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잠시 그걸 버리고 그 사람의 마음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거다.


어제는 대화가 잘되지 않는 사람을 만났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 빠져 있는 듯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도 모르고. 아무튼 함께 있는 내내 답답했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말하면, 다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은 무시되고 만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더 열어야 한다고 했는데, 어제가 딱 그랬다. 물론 상대도 내가 답답했을 수 있고.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열고 일단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자고 생각했다. 다 듣고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낸 후 반응을 보여도 늦지 않다. 사람과의 관계는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다.


인내하지 못하면 관계는 깨지고 만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데, 여전히 세상의 중심이 나라는 착각 속에 산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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