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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16. 2021

모호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

이젠/하이쿠

오늘이라는

바로 이날 이 꽃의

따스함이여  


<이젠>






류시화 시인은 일본 하이쿠 시인 이젠의 시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모든 하이쿠의 명제는 오늘 이 순간이다. 봄에 쓰는 가을의 하이쿠가 있지 않듯이 유일한 진실은 지금 이 순간에 피는 꽃이다.'


오늘 이 순간을 놓치면 온전한 내일도 없다. 그런데도 과거의 안 좋은 기억에,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지금을 온전히 살지 못한다.


현인들이 현재를 충실히 살라고 강조한 건, 모두 '현재'는 누구에게나 당연히 주어진 것쯤으로 생각해 소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공기와 물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말이다.






나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중요함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졌는가?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늘 과거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걱정에 얽매여 지금을 제대로 살지 못했다.


사람이 사는 일이란 다 그런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것이 뭐냐고 반문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어차피 삶이란 모호한 거고, 단 몇 줄의 문장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거니, 그렇게 말했던 거라고 넘겨짚을 수밖에는.


목요일 아침 출발을 산뜻하게 하려고 했는데, 모호해졌다. 내 삶처럼.


그럼에도 다시 하루가 주어졌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고 다짐한다. 지금 이 순간에 하는 일, 생각, 옆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자는 것도.






살아가는 방법은 많아.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막무가내로 떼쓰며

버릇없이 구는 시간 앞에서 의연해지자.

그냥 순간순간을 만끽하는 거야.

아주 나답게!

근사한 너답게!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_ 제이미 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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