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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05. 2024

인생은 리메이크가 되지 않으니

어제는 자꾸 정신이 분산되어 오후에는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신문을 읽으면서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접하면서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읽었던 기사가 자꾸 떠올랐다. 잊어버리려고 애플 클래식 앱에서 편안한 피아노 곡을 들었지만 마음은 쉽게 정돈되지 않았다. 사실 신문 기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어제라고 다를 바 없는 늘 반복되는 그렇고 그런 소식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뉴진스(NewJeans)의 멤버 하니가 얼마 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팬미팅 콘서트(BUNNIES CAMP 2024)에서 한때 일본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본 시티팝의 대표곡인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불러 옛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소식이 있었다.  

'푸른 산호초'라는 노래를 들으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 레터>에서 남자 주인공 후지이 이츠키가 생을 마감하며 첫사랑을 회상하는 순간, 불렀던 곡이 바로 '푸른 산호초'였다.


뉴진스의 하니는 이 곡을 레트로 풍으로 경쾌하게 재해석했지만, 내게는 여전히 애잔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영화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첫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가 등장하면 늘 마음이 어지럽다. 그런 감상에 젖어 있을 나이는 지났는데도 말이다.


이 노래를 처음 부른 마쓰다 세이코는 당시 18세였다. 그녀도 이제 60살이 넘었다. <러브 레터>의 주인공 나카야마 미호 역시 중년을 넘어섰다. 그녀들에게서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마치 나는 그대로인데 다른 사람들만 나이가 든 것 같지만, 사실 우리 모두 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이를 먹고 있다.

옛 노래를 새로운 가수가 리메이크한다고 해서 그 곡이 완전히 재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 이 곡을 들으며 느꼈던 감정 역시 그대로 되살아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하니가 다시 불렀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이 곡이 온전히 반갑지만은 않았다.


비슷한 복장에 비슷한 스타일로 같은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하니가 마쓰다 세이코가 될 수는 없다. 이는 마치 과거에 알았던 사람과 닮은 사람을 지금 만난다고 해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노래는 리메이크가 되지만 인간은 과거로 돌아가 다시 살 수 없다. 한 번뿐인 인생,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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