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시간에는 눈금이 없지

by 서영수

얼마 전까지 6월의 한복판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7월이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다고 생각하는 요즘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의 이 문장으로 잠시 위안을 삼아 본다.


"시간 단위는 단순한 약속일 뿐이야. 시간에는 눈금이 없지. 세기가 바뀔 때 총을 쏜다거나 종을 울리다든지 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뿐이야."


인간만이 6월인지 7월인지 구분하면서 산다. 시간을 굳이 숫자로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아무 표식도 없이 지내는 것도 어색한 일이긴 하지만. 시간을 구분하는 것은 단지 질서와 편의를 위한 것이다. 자연 속에서는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한 과정으로 여겨질 뿐이다.



7월이라고 6월과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내가 그대로인데? 달이 바뀔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세월의 무상함이다. 아웅다웅 사는 것도 부질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무상함과 덧없음 때문이다. 물론 덧없음을 깨닫고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서 벗어난다면 덧없는 세월이 꼭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세월의 무상함을 깨닫고 이를 받아들일 때 현재를 더욱 충실히 살 수 있게 된다. 무상함을 깨달을 때 우리는 순간의 소중함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덧없음 속에서 오히려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시간 속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무엇을 배워가느냐이다.


지난 6월의 마지막 주말, 북촌을 걷다 보니 여름의 상징인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능소화에게는 지금이 절정의 순간이다. 7월이 특별히 6월과 다르지 않더라도, 매일매일의 작은 변화와 주어진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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