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관계가 참 허망할 때가 있다. 가깝게 지낼 때는 소중함을 알지 못하다가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 그렇고. 내 딴에는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연락도 없이 몇 달이 지나가는 것도 그렇고. 사랑했던 사람이 그때 감정은 어디로 갔는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 그렇고. 어려울 때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하던 사람이 그 상황에서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연락을 끊는 것도 그렇고. 어떤 이해관계가 있을 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친한 척하다가 그 사람이 별 볼 일이 없어지면(소위 끈이 떨어지면) 바로 표변豹變해서 연락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그렇고. 모든 관계가 그렇다.
오히려 불같이 뜨거웠던 사람이 헤어지고 나면 남보다 더 못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가족 간의 관계, 특히 부부 사이나 연인 사이가 대표적이다. 함께 살면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못 살 것 같은 사람이 눈에서 멀어지면 어느덧 시간과 함께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기도 한다.
친구 관계도 다르지 않다. 서운한 일이 있어 연락이 끊긴 친구가 있고, 종종 안부를 묻던 친구가 이제는 연락하지 않게 된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저 사람이 정말 내 친구가 맞나?' 하며, '그래 이 정도밖에 아니었구나' 하는 마음에 섭섭해진다. 섭섭함이 쌓이다 보면 심한 자괴감마저 들기도 하고.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데는 나에게도 문제가 있었을 거라고 반성해 보지만, 서운한 마음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섭섭함은 가급적 가슴 한구석에 묻어버리고 기대를 접는 것이 낫다고 마음먹어보지만, 불현듯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에 기분이 언짢아진다. 한두 문제로 흔들릴 사이였다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도 들고.
사람과의 관계도 인연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인연이 다하면, 그것이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지인이든, 마치 한 계절이 끝나면 다른 계절로 넘어가듯 관계도 수명을 다하는 것이다. 다시 연락할게, 또 보자,라는 말은 그냥 지나가는 말일뿐, 그 언젠가는 쉽사리 오지 않는다. 어쩌면 앞으로도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