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Jul 11. 2024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을 쓰는 비결

글을 쓰려고 마음먹어도 생각만큼 잘 써지지 않는다.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생각을 나만의 스타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은 이에 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다.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 재능보다 규칙과 단련을 믿는다는 그는 에세이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차 글을 써서 먹고살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로부터 종종 '문장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게 좋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나 같은 사람에게 물어본들 별 뾰족한 수는 없을 테지만, 뭐 좌우지간 그런 일이 있다.


문장을 쓰는 비결은 바로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이다 ㅡ 이렇게 말해봐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요컨대 '지나치게 쓰지 말라'는 뜻이다.  문장이란 것은, '자, 이제 쓰자'고 해서 마음대로 써지는 게 아니다. 우선 '무엇을 쓸 것인가'하는 내용이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하는 스타일이 필요하다.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와 거의 비슷하다. 어떻게 여자를 꼬드길 것인가, 어떻게 싸움을 할 것인가, 초밥집에 가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그런 것들 말입니다. 한차례 그런 일들을 겪어보고 '쳇, 뭐야, 이 정도면 굳이 글 같은 걸 쓸 필요도 없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행복이고, '그래도 아직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ㅡ 잘 쓰고 못 쓰고는 제쳐놓고 ㅡ 그때는 이미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문장을 쓸 수 있게 된 상태다."




하루키의 말대로라면 나는 그동안 별 내용도 없는 글을 지나치게 많이 쓴 셈이다. 매일 쓰려고 하다 보니 지칠 때도 있다. 늘 무엇을 쓸 것인지 늘 고민하지만, 그렇다고 생각을 깊이 하는 것도 아니다. 떠오르는 대로, 읽었던 책 내용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쓰고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자주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쓸지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쓰는 것만큼이나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물론 방향이 정확하다고 글이 저절로 써지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쓰는 과정 또한 필요하다. 결국 글쓰기는 우리 삶과 다르지 않다. 꾸준함과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고 완성해 가는 그 과정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무 나를 방어하려고 애쓰지 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