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말한다. 젊다는 건 우리가 망쳐버린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느낌이라고. 남자는 말한다. 자신이 젊은이들을 부러워하는 건 그들에게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과거가 쉽게 정의될 수 있을 만큼 짧기 때문이라고."
<더 리더>의 작가로 유명한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계단 위의 여자>에 나오는 글이다.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야 하고, 그 말을 이해해야 한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서로의 감정과 기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불필요한 감정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안 좋은 감정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솔직함이 오히려 관계를 해치는 흉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이 어떤 마음 상태에 있는지 잘 헤아려서 가급적 상처를 건드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배려配慮다.
꽉 막힌 협상에서 출구를 만들려면 서로 양보해야 하듯, 남녀 사이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감정)을 헤아려야 하고, 여자는 남자의 생각(이성)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마치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한 번 어긋나면 다시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여자는 남자가 자신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다고 불평하고, 남자는 여자의 말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대화를 피해 버린다. 이성과 감성이 충돌하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아, 신은 왜 남자와 여자를 이렇게 다르게 만들었을까. 물론 이것은 신의 잘못이 아니다. 서로 다른 가운데서도 조화롭게 살아가라는 신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우리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