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도대체 뭐가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by 서영수

가끔 지난 시절, 이맘때 쓴 글을 다시 읽으면 그때와 지금 뭐가 달라졌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불완전한 삶, 불확실한 미래 그리고 삶의 지향과 가치에 대해 고민했던 그때의 나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때 했던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고, 지금 하고 있는 고민 역시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다.


그때와 지금이 비슷한 이유는 단순히 내 삶의 조건이나 방식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면의 성장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자각만이 더 선명해질 뿐이다. 분명한 것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나 자신이나 내 삶이 자연스럽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 글을 쓰는 것마저 부끄러워진다. "도대체 글은 뭐 하러 쓰는 거야?"라는 지적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말을 들어도 딱히 할 말이 없다.


물론 글을 쓰는 목적이 반드시 자기 계발이나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감정을 표현하고, 혹은 나처럼 특별한 목적 없이 쓰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삶 역시 다르지 않은 것이 아닐까. 어제보다 나아지려고, 지금보다 더 잘 살려고 하는 것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 하는가. 꼭 그런 목적을 부여하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솔직히 모르겠다.


삶은 흐름이다. 내가 무엇을 하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든, 그 목표를 성취했는지와 관계없이 나한테 주어진 시간은 흘러간다. 기억하고 싶은 일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도 결국 다 지나간다. 삶의 굽이굽이마다 경험했던 일과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뭔가 달라졌겠지만 그렇다고 큰 물줄기까지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보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좋은 일이나, 삶의 목적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칫 삶이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역행하거나, 살면서 가끔 부딪히게 되는 급류에 떠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콜라에 탄산이 빠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