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름의 목적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지만, 세상에 태어난 것이 우리의 선택이 아니듯 모든 순간을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고 원하는 목표를 다 이룰 수도 없다. 목적이나 목표에 집착하면 삶이 피곤해진다. 이제는 '목표'라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
마치 대지를 밟고 선 나무처럼,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하고 싶은 것이다. 나이에 따라 하게 되는 또는 남의 눈을 의식에서 해야만 하는 각종 행사나 모임에서 벗어나고 싶다. 예를 들어, 서른 살이 되면 결혼을 해야 한다거나, 사십 대에 접어들면 자녀 교육에 올인해야 한다는 식의 무언의 사회적 압박 말이다.
남의 눈을 의식해서 해야만 하는 일들도 마찬가지다. 휴가철이라고 해서 꼭 여행을 가야 한다거나, 명절 때 꼭 친척들을 만나 근황을 나누어야 한다거나,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다수인 동창회나 동문회에 참석해서 그들과 별로 기억나지도 않는 지난 일에 대해 회상하며 마지못해 맞장구를 쳐야 하는 것...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 의미를 찾기 전에 내가 먼저 지치고 만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에 나를 옭아매는 것도, 남들을 따라가는 것도 너무 피곤한 일이다. 내가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소위 자기 계발 유형의 책을 잘 읽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자신이 처한 힘든 상황, 고민 그리고 고통에 직면해서 어떻게 견디고 극복해 나가는지를 묘사한 책을 읽다 보면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어떤 교훈이나 꽉 막힌 현실을 벗어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지만, 아무 말 없이 그냥 가만히 내 곁에 있어주는 오랜 친구 같다는 느낌이 든다.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삶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그 돌아봄이 때로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이다.
만약 지금까지 내가 쓴 글들에서 거창한 교훈이나 삶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고 느껴진다면 부디 읽지 마시기를!! 오히려 내 글을 통해 '이 사람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고민과 상처를 안고 있구나'하고 동병상련의 위안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나는 '목적'이 아닌 '존재'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삶을 살고 싶다. 매 순간 충실히 살아가되, 그 순간에 얽매이지 않는 삶. 사회적 기대나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삶. 어쩌면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또 다른 이유가 되었으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