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광복절, 광화문은 시위대로 북적였다.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고 듣기 거북한 목소리로 알아듣기 어려운 연설을 하고, 도로까지 점거해 교통을 마비시키고. 일부는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길에 앉아 유튜브를 보기도 했다. 그들이 보는 동영상이 무엇인지 대강 짐작이 갔다.
무엇을 보고 듣느냐에 따라 세상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 이해의 지평을 넓힐 수도 있고, 독단에 빠져 자기주장만 옳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SNS, 유튜브에 빠지면 자칫 편향된 시각을 갖기 쉽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자기주장만 강화할 뿐 객관적인 시선을 얻기 어려운 것이다. 자기주장에서 시작해 확신으로 굳어지고, 도무지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 편향된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오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무엇이 저들을 이 더위에 광장으로 이끈 것일까. 너무 시끄러우니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이고 싶지 않았다. 욕하면서 닮아간다고 혹시 나도 그들을 비판하면서 닮아가는 것은 아닐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지나친 개인주의도 문제지만, 생활의 대부분을 정치에만 관심을 쏟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거대 담론에 빠지면 일상의 삶이 하찮아지기 때문이다. 자칫 정치인들처럼 진영으로 나뉘어서 서로를 적대시할 수도 있다. 내 주장만 옳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틀렸다는 착각에 빠지면, 세상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균형 잡힌 시선이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되, 다양한 시선이 있음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주장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건강한 사회는 이런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