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한낮, 너무 더워서 모든 것이 멈춘 듯 정적이 감도는 오후. 유독 매미들만이 신이 나서 요란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 여름이 마지막이 될 터이니, 덥고 안 덥고를 따질 겨를이 없을 것 같다.
문득 인간이나 동물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여름이 매미들에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매미들도 이 더위가 힘들까, 아니면 더위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걸까.
사실 이런 의문은 어리석은 질문이다. 여름이 올 때쯤 나타나 여름 한 철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매미에게 가을과 겨울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여름이 그들에겐 생의 전부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매미들은 간절히 짝을 찾기 위해 필사적이다. 울음소리가 클수록 지금 짝을 찾지 못해 더 절박하다는 의미다. 그 절박함은 짝을 만나지 못하면 그냥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야 할 운명임을 그들도 안다는 말일 게다.
따라서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비바람이 몰아쳐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미물에 불과하지만 그 본능이 생존과 직결될 때 그들의 짧은 삶은 농밀해진다. 삶에 어떤 것도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지극히 순결하기까지 하다.
더위를 극복하는 비결 역시 그 ‘절박함’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심심하고 공허한 마음이 들 때면, 한 계절을 사는 매미의 그 절박한 사정을 떠올린다.
삶이 무료하다면, 어쩌면 나는 그 절박함에서 벗어나 있는지도 모른다. 항상 긴장하고 살 수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느슨하게 지내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적절한 긴장감은 삶이 건강하다는 징표이다. 더위에서 벗어나는 길 역시 그 절박한 마음을 회복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