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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14. 2024

반복의 힘

며칠째 컨디션이 썩 좋지 않고 기분도 푹 가라앉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너무 더워서 그런가 싶어서 잠깐 눈을 감아보지만 기분이 나아지거나 피로감이 가시지 않는다. 아직 더위가 물러가려면 한참 남았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기분이 처지고 심지어 우울할 때는 무엇을 해도 침체된 감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생각을 압도하고, 세상도 온통 회색빛으로 보인다. 자칫 의욕마저 꺾이면 한 발자국도 걷기 힘들다.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약물의 힘으로 극복할까?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약이 갖는 한계도 분명하다. 약기운에 일시적으로 우울감이 사라질지 몰라도 의욕이 생기는 등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기는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해법은 이렇다. 루틴을 더 규칙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하루 세 끼니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하루에 해야 할 일을 꾸준히 실천하고, 자야 할 시간에 자는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신앙이 있다면 기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대단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루틴이 무너지면서 우울감 또한 배가된다고 믿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버지니아 울프 같은 위대한 작가들이, ㅡ 글이 잘 써지든 안 써지든 ㅡ, 시간을 정해 글을 쓰고, 글이 잘 써져도 정한 시간이 되면 멈췄던 것도 바로 그 루틴의 실천을 통해 매일매일 글 쓰는 힘을 얻기 위함이었다. 중요한 것은 글이 안 써져도 그 자리와 시간을 지켰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해 오히려 더 지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반복은 지겹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복이 갖는 힘이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일상 자체가 반복의 연속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어느 일본인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같은 시간(새벽 4시)에 일어나고 똑같은 방식으로 침구를 정리한 후에 산책을 나간다. 주변을 둘러본 후 집에 돌아와 씻고 매일 같은 음식을 먹는다. 커피마저도 매일 같은 방식, 즉 커피에 우유를 섞어 마신다. 그 영상을 매일 반복해서 보여준다.


처음에는 저렇게 살면 지겹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이젠 알 것 같다. 어쩌면 그는 반복된 일상을 통해 자신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반복된 일상을 통해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어떤 이유로든 지금 상황이 힘들수록, 나만의 루틴이나 일상의 습관이 무너지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반복된 일상의 습관들이 주는 힘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곤해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도 그 루틴을 지키기 위함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기도 하지만 매일 일정한 시간 뭔가에 집중함으로써 지루한 일상을 버틸 힘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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