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페에 가면 커피와 함께 '생크림 카스텔라'도 주문할 때가 많다. 케이크나 다른 종류의 디저트도 많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결국 이 카스텔라로 정착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카스텔라 본연의 부드럽고 푹신한 식감, 지나치게 달지 않은 뒷맛 그리고 생크림이 카스텔라의 퍽퍽한 느낌을 적당히 커버해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커피와도 잘 어울린다.
지난 주말에도 카스텔라를 한 조각 떼어 입에 넣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카스텔라만 먹는다면 어떨까?' 최소한 물이라도 함께 마시지 않으면 몇 입 못 먹고 쉽게 질려버릴 것 같았다. 같은 맛이 반복될 때 우리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처음 느꼈던 맛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소위 물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 간격을 두고 조금씩 먹는다면 어떨까? 그것도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카스텔라가 공기에 노출되어 마르거나, 카스텔라 본연의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처음에는 설레고 자꾸 보고 싶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마음이 희미해지다가 어느 순간 무덤덤해진다. 심지어 결혼을 해서 같이 살게 되면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 처음의 감정은 잊고, 점점 상대방에게 무관심해지도 한다.
처음과 다름없이 일관되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비슷한 이유로 지금 카스텔라를 즐기고 있지만, 자주 먹다 보면 언젠가는 이것도 질릴 날이 올 것이다. 그나마 생크림이라도 있어서 그 시기가 조금 늦춰지는지도 모른다.
카스텔라가 생크림이 더해져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관계에도 어떤 '양념'이 필요하다. 마음을 붙잡아둘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없으면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한때 유명 배우들의 화려한 결혼 소식이나 연애 소식이 들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이나 결별 소식을 접하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외적으로 모든 것을 갖춘 그들이 도대체 무엇이 부족해서 저러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서로를 붙잡아 줄 그 '한 가지'가 그들에게 부족하거나 없었던 것이었다고. 그 한 가지는 아마 내면에서 우러나는 무언가라고.
외모에서 비롯된 매력은 한순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력을 외모에서 찾지만, 그 매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외모 그 이상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훌륭한 인격이나 고고한 지성일 수도 있고 혹은 좋은 성격일 수도 있다. 마치 카스텔라가 생크림을 만나 더욱 풍미 있는 디저트가 되는 것처럼, 우리 역시 서로를 붙잡아줄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때로 그 한 가지가 관계를 지속시키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