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은 뒤에 느낄 수 있는 어색함에 대해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이전의 이야기를 계속할 수는 없고,
사소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멋쩍고,
그렇다고 침묵하자니 말하고 싶으면서 아닌 척하는 것 같아 꺼림직했다."
속마음을 털어놓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렵게 용기를 내서 마음속에 있는 말을 꺼냈는데, ㅡ그것이 부탁이든 하소연이든ㅡ, 상대의 반응이 시원찮으면 후회가 밀려온다. '괜히 말했나? 말하지 말고 그냥 참을걸...'
이러한 후회는 그 사람과 터놓고 대화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특히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는데 상대가 유체이탈의 화법으로 동문서답을 하거나 기다렸다는 듯이 거부의 뜻을 드러내면, 그 난감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하여, 톨스토이의 이 표현은 우리의 속마음을 참 적절히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은 지 벌써 몇 년이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는 문장이 있는 것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고전으로 남을 만큼 위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 작품들이 주는 감동과 울림 때문이다.
마치 100여 년 전 살았던 톨스토이가 나에게 말하는 이렇게 듯하다. 무엇보다 속마음을 터놓을 때는 상대나 상황을 봐가며 해야 한다고. 사람들이 모두 내 마음 같지 않다고.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