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해브냐 스타벅이냐
"나는 오래도록 반복된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인간은 어떤 경우든 각자가 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을 결국 낮추거나, 적어도 바꿀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한 행복을 지성이나 상상력이 아니라 아내나 연인, 침대, 테이블, 말안장, 난롯가, 시골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허먼 멜빌 ㅡ 모비 딕, 2권 238쪽>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행복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을 수 없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행복을 기대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보다 낮은 현실적인 수준의 행복에 만족하기도 한다. 내용은 비슷할지 몰라도, 도달하고자 하는 높낮이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모비 딕>을 쓴 허먼 멜빌은 말한다. 행복의 기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너무 높은 수준의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실망만 쌓일 뿐이라고. 이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길을 걷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준을 낮추지 않으면, 행복이란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다다를 수 없는 추상적인 목표가 되어버린다. 마치 ‘모비 딕’을 찾아 저 넓은 바다를 헤매고 다니는 에이해브 선장과 같다.
어쩌면 행복해지려고 애쓰기보다는 불행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멜빌은 다시 말한다. 행복은 앎도 상상을 통해서도 도달할 수 없다고. 오로지 바로 내 곁에, 더 나아가 우리 주변에서 찾아야 한다고. 모든 포경선이 향유고래를 잡아 값비싼 경뇌유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일은 매우 드물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경뇌유'가 있다. 값비싼 경뇌유는 향유고래를 잡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저 향유고래는 우리를 피해 유유히 바다 한가운데로 헤엄쳐 간다.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는 ‘모비 딕’. 우리는 고래가 우리를 피해 도망간다고 생각하지만, 고래는 사실 우리에게 관심조차 없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갈 뿐이다.
멜빌의 말처럼, 행복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적인 직업이나 완벽한 관계를 통해 행복을 찾으려고 하나, 그건 잡을 수 없는 ‘모비 딕’을 쫓는 에이해브 선장이 되는 것이다.
차라리 1등 항해사 스타벅처럼 이미 확보한 경뇌유에 만족하고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사랑하는 아내나 연인, 포근한 침대, 따뜻한 난롯가에서 삶의 기쁨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 우리는 에이해브 선장이 되고 싶어 한다. 비록 그것이 무용의 노력으로 끝날지라도.
* 경뇌유 ㅡ 향유고래의 머리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석유가 사용되기 전에 다방면으로 사용된 고급기름이다. 사람들은 경뇌유를 얻기 위해 향유고래를 사냥했고 그 결과 향유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