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는 나를 조심해야 한다

by 서영수

"선장님은 저를 모욕한 게 아니라 화나게 했습니다. 그렇다고 스타벅을 조심하라는 부탁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웃으실지 모르겠지만, 에이해브는 에이해브를 조심해야 합니다. 자신을 한번 돌아보십시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에서, 불같이 화를 내는 에이해브 선장에게 1등 항해사 스타벅이 건넨 조언이다. 사실 스타벅이 더 강하게 반발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당시 피쿼드호는 고래기름을 채운 통이 새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배가 침몰할 수도 있는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스타벅은 선장에게 시급히 기름통을 배 위로 올리자고 제안하지만, 이미 햐얀 고래 모비 딕에 사로잡힌 에이해브에게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에이해브는 이렇게 말한다.


"기름쯤이야 새라고 하라지! 나 자신도 온통 새고 있어. 세상에 나처럼 새는 것도 없지. 말하자면 피쿼드호보다 훨씬 더 심한 곤경에 처한 셈이라고. 하지만 나는 새는 곳을 막아보겠다고 멈추지 않아. 뱃짐을 잔뜩 실은 선체에서 과연 그 누가 새는 곳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설령 찾아낸다 한들, 이렇게 휘몰아치는 인생의 돌풍 속에서 무슨 수로 새는 곳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에이해브 선장의 말에서 그의 절박함과 혼란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 과정에서 돌출된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목표인가 아니면 현실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딜레마 또한 이것이다.




인생의 어려움 앞에서 우리는 자주 흔들리고, 때로는 목표에 매달리느라 중요한 문제를 놓치기도 한다. 스타벅의 말은 이 현실을 직시하라는 경고였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지만, 이상주의자 에이해브의 말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관점의 차이!!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나 혼자만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이다. 피쿼드호에는 에이해브 외에도 수많은 선원들이 있다. 그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 점에서 보면, 에이해브보다는 스타벅의 말이 옳다.


복수심에 불타는 에이해브는 이미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스타벅의 말처럼, 에이해브가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에이해브 자신이었다.


화가 나면 먼저 자신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화를 낼만큼 큰일도 없음을, 그 문제보다 더 크고 시급한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은 바로 그 돌아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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