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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12. 2021

이젠 추억이 되고 말았지만

중경삼림 / 시절 일기

홍콩이 저 지경이 되었으니, 아마 이런 영화를 다시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문화와 예술을 획일적인 사상으로 질식시키는 국가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익히 경험했다. 아무튼. 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영화 <중경삼림>은 1994년에 개봉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 정확한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공부를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홍콩 영화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그전까지 성룡이 나오는 쿵후 영화 정도로만 홍콩 영화를 기억했다).


그때는 가급적 무심하게 살려고 했던 것도 이유라면 이유다. 괜히 지난 기억을 끄집어내고 싶지 않았으니까.

세월이 흘러 그 시절 기억이 흐릿해질 무렵인 올해 초, 영화를 뒤늦게 보고 '왜 이제야 이 영화를 봤지' 하면서 탄식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양조위와 왕페이의 빼어난 연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스토리 때문이기도 하고(참고로 이 영화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두 배우가 등장하는 스토리 외에도 다른 스토리도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 연인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 같았으니까.


영화를 보면서, 나는 양조위가 되었다가 왕페이가 되기도 했다. 저 상황에서 나라면 어땠을까. 감정이입을 하면서 봐서 그런지 이 영화 또한 마치 내 이야기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르고.





원래 이 곡은 Cranberries가 불렀는데, 왕페이가 부른 곡도 괜찮다. 어쩌면 이 스토리는 그녀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매력적이다. 사실 그녀는 남들이 주목하는 외모는 아니다. 그러나 매력이라는 것은 외모보다는 분위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영화에서 매력적이라고 하기에 충분했다.


10월 중순, 지나가는 세월을 잠시 붙잡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자기만의 시간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 그 기억이 좋든 나쁘든, 이젠 추억으로 남지 않았는가. 또 그래야 하기도 하고.

https://youtu.be/aX-pX6oNX18

"사랑할 때 우리는 잘 모르다가 사랑을 잃어버린 뒤에야 거기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즉, 사랑은 사라진 뒤에야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사랑은 그 부재를 노래할 때 확실히 표현될 수도 있겠다.


말하자면 없어진 뒤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물이나 공기 같은 것, 없어지면 치명적인 것, 그러나 있을 때는 그 존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기 때문에."


<김연수 _ 시절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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