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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09. 2021

지나가는 가을

다자이 오사무/인간 실격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건, 쉽지 않다. 노력해서 이해할 수는 있으나(그것도 조금이다), 공감하는 단계까지 나가려면 비슷한 경험이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그 노력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지만.


다자이 오사무 또한 그의 소설 <인간 실격>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아, 이 사람도 불행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불행한 사람은 남의 불행에도 민감한 법이니까." 




삶에 닥쳐오는 고통의 의미를 우리는 다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평탄한 인생을 산다고 좋은 것일까. 아마 그럴 수도.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민감하긴 어렵다. 고난이 주는 의미는 이런 의미에서 결과적이다. 지나고 보니 깨닫게 되니 말이다.


고통을 통과하는 순간에는 고통 자체만 느껴진다. 그게 인간이고 우리의 한계이다. 그럼에도 고통의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 의미를 찾지 않고는 삶이라는 험난한 강을 건널 수는 없다.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그 반작용으로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가 무의미한 짓이다.





본질적이 아닌 일로 마음이 상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스스로의 자세와 내 감정의 깊이부터 돌아봐야 한다. 관계 역시 고난과 세월이라는 터널을 통과해야 깊어진다. 이 아름다운 가을이 쉽게 오지 않은 것처럼.


지나가는 가을, 비가 그치고 추워졌다. 가을은 짧다.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이 짧은 것처럼, 우리가 원했던 가을 역시 그렇다.

https://youtu.be/Lm2C8nSOe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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