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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02. 2024

삶은 보고 믿고 느끼며 만지는 것

마치 한바탕 꿈을 꾼 것처럼 한 주가 지나갔다. 기분을 전환하고, 새로운 곳에서 나 자신과 앞으로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싶어 떠난 여행이었지만,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처럼 우왕좌왕하고 말았다.


피서철이 지난 바닷가는 피서객들이 남기고 간 흔적만 곳곳에 남아 있을 뿐, 한산했다.


무엇을 보려고 이곳을 찾았던가 싶을 정도로, 민낯을 드러낸 해변은 화장을 지운 여인처럼 낯설었다. 오랜만에 본 바다 역시 낯설기는 매한가지였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을 자주 본 적이 없어, 짙게 화장한 얼굴을 그 사람 본연의 모습으로 착각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날 본 바다가 그랬다.


어쩌면 바다가 인간들이 남긴 흔적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인간은 무언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 하고, 바다는 그 흔적을 지우려고 하는 그 끊임없는 싸움. 바다는 본연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파도를 밀어냈다가 다시 끌어오며 잠시도 쉬지 않고 스스로와 싸우고 있었다. 그 싸움이 힘겨워 보였다.  


운전하다가 지쳐서 들른 한적한 국도변의 식당. 외국인으로 보이는 종업원은 손님을 보고도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낯선 이국에서 반복되는 삶에 지쳐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러려니 했다. 여름 한철 수입으로 버티는 식당 역시 손님이 없어 시름이 깊어 보였다.  


삶의 현장을 떠나 기분 전환을 하려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곳곳에서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사는 곳이나 그곳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나 알베르 카뮈가 그의 책 <결혼, 여름>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생의 찬미란 보고 믿고, 느끼며 만지는 것. 그리고 몸 전체로 살고 마음 전체로 증언하는 것. 삶이란 대지와 바다, 태양의 진실 그리고 나의 죽음의 진실을 성취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이번 여행을 통해 앞으로의 내 삶에 조금 더 충실해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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