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지금 이 순간에 피는 꽃

by 서영수

류시화 시인은 일본 하이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든 하이쿠의 명제는 오늘 이 순간이다. 봄에 쓰는 가을의 하이쿠가 있지 않듯이 유일한 진실은 지금 이 순간에 피는 꽃이다.'


오늘 이 순간을 놓치면 내일을 온전히 맞이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거의 안 좋은 기억에 사로잡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두려움에 매달려, 현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현인들이 현재를 충실히 살라고 강조한 이유는 그 '현재'가 누구에게나 당연히 주어진 것처럼 생각해 소중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공기와 물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나에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고 있는가? 아마도 이 짧은 글을 쓰는 이 순간만큼은 그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머지 시간에는 걱정과 후회,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연민에 휩싸여, 선물로 주어진 지금을 제대로 살지 못했다. 종종 미래에 닥칠 일들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거나, 이미 지나간 과거의 선택들을 후회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고.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조금 있으면 후회의 대상인 과거가 되고 만다. 더 이상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에 또다시 새기는 것이다. 주어진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자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아내자고. 오직 현재만이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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