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일상이 공허하기 때문이었다

by 서영수

"생활이 무겁게 느껴진 것은 일상이 공허하기 때문이었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단편 <귀족의 보금자리>에 나오는 문장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매일 비슷한 일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적당히 TV를 보다가 잠자리에 들며,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공허해진다. 그러나 이런 평범한 일상이 깨지는 순간도 찾아온다. 갑자기 병에 걸린다거나 실직을 한다거나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거나 하는... 그 순간이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반복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반복되는 일상조차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었는지 깨닫지 못한다. 매일 반복되는 삶이 이어진다고 공허해하기보다, 그 평범한 일상이 주는 평안함에 감사해야 할 이유이다. 문제는 이러한 깨달음이 쉽게 오지 않으며, 온다고 해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긴 추석 연휴 동안 어느새 쉬는 데 익숙해졌다. 오래 쉬다 보니, 쉬는 것조차 피곤하고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태로 연휴가 끝나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할 수도 있다. 혹은 출근하기가 두렵거나 싫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이렇게 쉽게 익숙해지고, 또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 나도 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바로 그 덕분에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을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다.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리기 전에 그 평온함 속에서 감사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공허하지 않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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