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반복된다. 일을 다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일이 몰려오고. 이젠 정리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죽기 전까지 끝없이 반복되는 삶을 사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이런 게 인생이다. 우리 인간들은 오랜 노역을 통해 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고래 몸뚱이에서 적지만 귀한 경뇌유를 뽑아낸 후, 피곤한 와중에도 인내심을 발휘해 더러운 몸을 씻어내고 영혼의 임시 거처인 이 깨끗한 육신에서 살아가는 법을 깨닫자마자, 별안간 들려오는 '고래가 물을 뿜는다'라는 소리에 그만 넋을 잃은 채 또 다른 세계와 싸움을 벌이러 출항해야 하고, 젊은 시절과 똑같은 일상을 다시 반복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오오! 윤회여! 오오! 피타고라스여, 이천 년 전의 찬란한 그리스에서 살다 간 그토록 훌륭했고 그토록 현명했고 그토록 관대했던 이여. 나는 지난번 항해에서 그대와 함께 페루의 해안을 따라 나아갔고, 어리석기 그지없게도, 순진한 풋내기 소년으로 환생한 그대에게 밧줄의 두 끝을 잇는 법을 가르쳐 주었구나!" <허먼 멜빌, 모비 딕, 2권 259쪽>
향유고래를 잡아 값비싼 경뇌유를 겨우 뽑아내 한숨 돌렸는데, 또 다른 고래가 온다는 소식에 다시 고래를 잡으러 나가야 하는 선원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이들과 다를 바 없다는 동질감을 느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서면 이와 같은 느낌이 든다. 하루 일과를 겨우 마무리해도, 다음 날이 되면 또다시 같은 일들이 반복된다. 위기를 넘기면 다른 위기가 또 찾아오고. 어떤 목표를 달성해도 또 다른 목표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 속에서 느끼는 피로와 무력감은 때로 나를 지치게 한다.
어려움이나 고난도 마찬가지로 반복해서 찾아온다.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었나 싶으면 곧이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되지 않은 채 쌓여가는 문제들 앞에 서면 불안한 마음에 삶이 힘들어진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점점 지치고, 결국 절망에 빠지게 될 위험도 크다.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잘못하면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세상에 대해 적대감을 키우게 될 수도 있다. 마치 에이해브 선장처럼.
신은 때때로 우리를 바로 세우기 위해 고난을 허락한다고 한다. 어려움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바로 서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고난은 축복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고난을 통해 우리가 바로 서지 못할 때 발생한다. 한 번에 끝내지 못하면, 고난이 끝나갈 무렵 또 다른 고난이 찾아온다. 신이 우리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러나 그 기회마저 놓친다면, 더 이상 고난은 찾아오지 않는다. 고난에 익숙해져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신이 우리를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마치 태풍이 치기 전 고요한 바다처럼 말이다.
고난이 반복된다면,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 반복되는 삶 또한 다르지 않다. 반복되는 상황이나 어려움 속에서 내가 깨달아야 하거나 놓치고 있었던 중요한 교훈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시지프스처럼, 왜 굴러 내린 바위를 정상으로 올리고 다시 굴러 내리면 또다시 올려야 하는 반복된 삶을 살아야 하는지 당장은 알 수 없지만, 그 반복 속에서 깨달아야 할 삶의 진리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반복은 의미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