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출신의 소설가이자 전기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1881 - 1942)의 책을 몇 권 구입했다. 발자크 평전,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 <초조한 마음> 그리고 단편소설 <체스 이야기>이다. 그중에서도 발자크 평전이 기대된다. 츠바이크는 당대 유명 인물들의 평전을 남기며 탁월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는데, 소설도 훌륭하게 완성한 그의 재능이 놀랍다.
발자크의 소설은 몇 번 읽다 말았던 적이 있어, 이번에 츠바이크가 쓴 그의 평전을 읽으면, 발자크의 소설에 다시 도전할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10월은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책과 사람 사이에도 일종의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나와 맞지 않으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반면 남들이 별로라고 외면하는 책도 나에게 특별히 와닿을 때가 있다. 물론 고전이나 베스트셀러는 안전한 선택일 수 있지만, 나는 그보다 더 까다롭게 책을 고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상실의 시대>에서 책이 나온 지 최소한 30년은 지나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오랜 시간 검증된, 생명력이 긴 책을 선호한다. 수많은 책을 다 읽을 수 없으니 가급적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나만의 방법이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것들은 잊히고 사라진다. 책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반짝하는 인기를 누린 베스트셀러가 몇 년 지나면 서점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세월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잊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그중에서도 몇몇 사람들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각인된다.
발자크 평전을 읽으면서, '어떤 사람이나 작품이 오랜 세월을 견디는 힘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나에게도 과연 시간을 뛰어넘은 '그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