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뜻밖에도 소설가 한강이었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소식은 감격스럽고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 문학의 저변이 넓지 않은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다니,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강은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해 내는데 성공했다. 한 사람의 작가가 보여준 집중력과 끈기 그리고 우리 문학의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이들에게 한강은 소설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녀는 시인으로 데뷔했다. 오래전 그녀의 시를 접하고 섬세하고 여린 감수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2017년에 읽었던 어른들을 위한 동화 <눈물상자>에 나오는 시도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순수한 눈물이란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눈물을 말하는 게 아니야.
모든 뜨거움과 서늘함,
가장 눈부신 밝음과
가장 어두운 그늘까지 담길 때,
거기 진짜 빛이 어리는 거야.
'고단한 날에도 한 문단이라도 읽고 잠들어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하는 한강은, 쓰는 사람이기 전에 읽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작가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우고 자극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작가였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집필 공간으로서의 물리적 풍경이 아니라 '쓰고 있는 순간에 선생께서 보시는 상태의 정신적인 풍경'이 궁금하다. 누가 지나가고, 누가 말을 거는지, 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라는 질문에 한강은 이렇게 답했다.
"심장 속, 아주 작은 불꽃이 타고 있는 곳. 전류와 비슷한 생명의 감각이 솟아나는 곳."이라고.
'인간이 어떻게 삶을 버티고, 떠나기를 몰래 꿈꾸고, 저마다 홀로 피로와 시련을 감당해 내는가 하는 것이 관심사였다'는 한강, 그녀가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