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랑, 그리고 그 후의 질문들

by 서영수

"모든 사람의 경우가 다 이렇다. 즉 결혼하고, 계속해서 또 조금 사랑하고 일을 한다. 사랑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어버릴 정도로 일을 한다. 잔도 일을 해야만 했다. (...)


피로해진 탓도 있고 해서 그는 무심한 사람이 되었고, 점점 더 말이 적어졌으며, 젊은 아내가 자기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계속 이끌어 나가지 못했다. 일하는 남자, 가난, 서서히 막혀 가는 장래, 식탁에 앉아도 할 말이 없는 저녁때의 침묵, 그러한 세계에 정열적 사랑이 파고들 여지란 없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사랑이 식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자주 어긋나는 대화 그리고 대화의 부재와 침묵, 그 침묵 속에서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무관심,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가장 큰 상처와 고통은 바로 그 '무관심'이다. 애초에 사랑했던 감정이 있었기나 한지 의심스러워진다.


그때 우리는 이렇게 반문한다. '우리가 정말 사랑한 적이 있었을까. 사랑이 변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때 우리는 그저 착각 속에 있었던 것이었던 걸까.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끝없이 해보지만 카뮈의 소설에 등장하는 잔이라는 남자처럼 답은 여전히 찾기 어렵다. 어쩌면 답은 알고 있으나 이미 떠나버린 아내 마음을 되돌릴 방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을이 쓸쓸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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