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언론 등에서 그녀의 개인사에 대한 기사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사람들도 그녀가 작가로서 추구하는 가치나 지향, 소설의 내용보다 개인적인 문제에 더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심지어 그녀가 운영하는 책방이나 집을 찾아가 창문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노벨문학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으니,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지나친 관심이 부담이 되었는지, 한강은 수상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나라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노벨문학상 등 큰 상을 이후 이전처럼 창작에 몰두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작품을 내지 못하는 작가들이 많았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자기 고립의 시간을 통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지나친 인기와 사람들의 관심이 이를 방해한 것이다. 또한 수상 이후 대작을 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도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거나 남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면, 그 이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칭찬이나 성과가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한때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고 평가를 받았던 인텔이나 삼성전자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한때 최고였다고 항상 최고로 남을 수는 없는 것이다.
부디 한강 작가가 남들의 찬사나 호평 그리고 차기작에 대한 부담을 잘 이겨내고, 자신을 잘 지켜 앞으로도 좋은 소설을 많이 써주었으면 한다. 어쩌면 이러한 압박감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작가로서의 진정한 내공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을 때, 마침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스웨덴 공영방송과 인터뷰한 기사가 오늘 언론에 실렸다. 그녀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작가의 말대로 우리 모두 조용해져야 한다.
"아침 아버지께 전화드렸을 때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하려고 했는데 나는 그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큰 잔치는 하지 마시라고 했다. 지금은 주목받지 않고 싶다.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조용히 있고 싶다. 세계에 많은 고통이 있고, 우리는 좀 더 조용하게 있어야 한다. 그게 내 생각이어서 잔치를 열지 말라고 한 것이다"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原石)과 같다.
<한강 ㅡ 몇 개의 이야기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