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무지개가 되었다
서포리(西浦里) 민박촌은 완전히 변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린 날의 그녀, 잊어버린 말들
굳센 비조봉(飛鳥峯), 슬픈 해당화(海棠花), 모래밭의 해송(海松), 자갈 해변(海邊)
바람아 더 불어라, 그때 더 불었으면
세상이 그보다 내가 마음을---
그랬다면 내가 지금 덕적도(德積島) 왕이거나
황해(黃海) 바다 물고기 밥이거나
수십 년 전 여름, 고3생의 1주일 여름방학에 혼자 덕적도에 들어갔다. 텐트를 가져갔지만 날이 나빠져 민박을 하면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삼수생이라고 속였다. 예고 없는 폭풍으로 사흘 섬에 갇혔다. 배가 뜨지 않고 전화까지 불통인데 인천 고2생이던 민박집 딸이 돈을 대주었다.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1974년 8월 15일이었다. 서울에서 어머니는 네가 죽은 줄 알았다며 하염없이 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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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른다-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왔다-
밤이여 오라 시간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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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屈業島) 가면서
섬 모습 떨리는 것은
지난날 그리워서
아주 잊을까 두려워서---
세월 가고 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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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지명에 한자(漢字)를 덧붙였다. 한자는 원래 동이(東夷)의 글자다. 우리는 단모음인데, 중국식 발음은 이중, 삼중 모음이 되니 음성학적으로도 이건 좀 아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