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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Aug 24. 2022

‘검수완박과 검수원복’, ‘중(中)과 등(等)’ 문제

요즈음 이상한 말이 돌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이 시행령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바뀐다고 한다, 나는 법학과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여기에 대해 양심 선언을 하려 한다. 이것은 법체계뿐 아니라 한글 문법 체계까지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수완박과 검수원복’,  ()과 등()’     


예전에 한자 공부 좀 했는데, 요즘 유행한다는 이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찾아보니 ‘검수완박’은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고, ‘검수원복’은 이걸 되돌리는 것이란다. 즉 빼앗긴 것을 되찾는 일종의 원상회복인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에 법률의 ‘중(中)과 등(等)’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중(中)’은 앞에 쓴 용어의 ‘안, 범위안에서’라는 뜻이고, ‘등’은 앞에 쓴 용어과 ‘같은, 유사한’이란 뜻일 것이다. 이나저나 내가 보기로는 ‘중’이던 ‘등’이던 앞에 쓴 것과 사회통념 상 비슷해야 하니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런데 웃기는 게 나 같은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검수완박’이 되던, ‘검수원복’이 되던 무슨 영향이 있는가라는 것이다.      


내가 이제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되었는데, 그동안 수사를 받은 적은 없고, 경찰관서에 어쩌다 가본 적은 있었다. 나같이 평범한 일반 시민에게 ‘검수완박과 검수원복’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이게 평범한 시민의 관심사인가? 우리 대한민국이 불법과 폭력이 판치는 곳인가, 옛날 영화 대부(Godfather)의 배경인가?     


우리가 늘 존경(?)하는 미국을 보자. 미국에서 검사는 수사권이 (거의) 없고,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여러 제도를 베낀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라에서 검사는 기소권(소추권)만 있거나, 심지어 검사가 법원 소속으로 되어 있는 곳도 있다.


이나 저나 시민에게 형사 문제가 발생하면 검찰이든 경찰이든 알아서 잘 할텐데, 우리 언론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새 정부 들어 100일이 넘었는데, 아직도 검찰총장이 공석이라 검찰행정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는 말이나, 이걸 빨리 채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검수완박’이 어떻고, ‘검수원복’이 어떻고, 우리 시민이 검사들 연수원 기수가 어떤지 알아야 하는 듯이 보도하는게 선진국 정상 언론인지 모르겠다       



()과 등()’     


요즈음 우리 학생들이 한자(漢字)를 거의 배우지 않는데, 나는 사실 한자는 동이(東夷)가 만든 우리 글자라고 믿는다. 이걸 만들어 중국 사람들에게 쓰라고 해 놓았더니 대륙 전체에 발음이 너무 달라(서로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인들은 TV프로그램에 자막이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한자를 정확하게 단음절로 발음한다. 그래서 언어학(음성학)으로 보면, 우리가 만든 게 확실하다.     


어쨌든 ‘중(中)과 등(等)’을 살펴 보자. 우리 법체계는 헌법-법률-대통령령 등의 서열을 가지고 있다. 즉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의해서 하위 법령(시행령)은 상위 법령(즉 헌법과 법률)을 위반할 수 없다.     


이건 군대가 사단-연대-대대-중대 등 질서를 가진 명령계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 질서가 없어져 버리면, 당나라 군대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검수완박과 검수원복’ 문제는 예전에 법에서 6개로 열거된 사항을 2개로 줄이면서, 2개 등이라고 했다는데, 이걸 시행령으로 다시 6개와 같은 모습으로 바꾸어 버린다면, 우리 법체계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것이 아닐까.      


모두 상식과 이성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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