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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Nov 02. 2022

이태원 참사가 사고(Incident)라니?

마음 깊이 애도하며, 부상자의 쾌유를 빕니다.      


국가 애도기간인 11월 5일까지는 이 분야 글을 쓰지 않으려 했다. 사고 3일째인 어제는 행안부 장관, 서울시장, 경찰청장 등이 그래도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길래 그런가 했다. 그런데 한덕수 국무총리의 외신 기자회견을 접하면서 나는 놀랐다. 한글로는 ‘이태원 사고’, 영문으로도 재난(Itaewon Disaster)이 아니라 사고 또는 사건(Itaewon Incident)라고 쓰여진 것이다.


이게 단순한 사고인가? 사건인가? 그리고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라고 하던데? 이들 꽃 같은 젊음들이 이태원에 간 것이 무엇이 잘못인가.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너무 안타깝고 미안해서 이 글을 쓴다.       



지금 정부의 대응에는 문제가 많다     


인터넷에서 보게 된 한겨레 기사다.     


이태원 참사질문 쏟아진 외신기자회견 : 웃고, 말장난하고 책임 묻는 외신에 한덕수가 보인 태도는 혼자 딴세상 사는 사람 같다. 한겨레 이주빈 기자(어제 오후 11:12)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개최된 ‘이태원 사고 관련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답변 도중 농담을 하거나 웃음을 지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 답변 도중 농담을 하고 웃음까지 지어 비판이 일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브리핑에 참석했다. 한 총리는 한 외신 기자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에 대해 질문했다.     


한덕수 총리는 “저는 잘 안 들리는데요, 통역이.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제가 이해하기에는 지금 물으신 것은 결국 이러한 참사가 정부의 책임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느냐 이런 말 (같다)”고 답했다. 이에 기자는 한국어로 “(사람들이) 거기 가 있었던 것이 잘못이었는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 질문했다”며 질의 요지를 다시 설명했다.     


한 총리는 “주최자가 좀 더 분명하면 그러한 문제들이 좀 더 체계적 효과적으로 이끌어질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것들이 없을 때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인파 관리)에 대한 현실적 제도적 개선점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미비점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고쳐서 주최자가 있건 없건 해당 지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기관에 통제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이상 인터넷에서 옮겨적었음 -


도대체 어떤 법적, 제도적 문제가 있나 살펴 보았다. 참고로 국무총리는 법상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되어 있으니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9조)   

 

       

헌법상 국가의 재해 예방 및 국민보호의무     


헌법에는 국가의 재해 예방 및 국민 보호 의무, 기본적 인권 보장 의무, 공무원의 국민에 대한 책임 등의 조항이 있다. 따라서 국가와 공무원(특히 고위 공직자)은 이번 참사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제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7조 제1항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재난 및 안전관리 법령     


아마 국가와 지자체의 존재 이유의 하나가 재난이나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일 것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약칭 재난안전법)’ 제2조에도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 라고 되어 있다.      


이 법 제3조는 재난을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하고, 사회재난은 “화재ㆍ붕괴ㆍ폭발ㆍ교통사고(항공사고 및 해상사고를 포함한다)ㆍ화생방사고ㆍ환경오염사고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라고 규정하고, 시행령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라고 정해놓고 있다.


한편 제4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법을 보면, 이태원 참사는 사고 등으로 발생한 인명의 피해로서 이것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기본적 책무인 것이 명백하다. 이에 대해 개인들이 스스로 모인 것이라던가 주최자가 없는 모임이니 당국에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행안부(재난안전본부장, 차관급), 서울시와 용산구 등에 이런 업무를 담당하라고 만들어진 기관들이 있는데, 이들이 제대로 일을 했는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사고가 있은 날 새벽에 TV에서 수많은 경찰관, 소방관 들이 고생한 걸 보았으면서 이런 말 하기는 거북하다. 어떤 경찰관이 밀려드는 인파를 통제하려고 목이 쉬어라 외치는 화면도 보았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이것이다. 법에 정해진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는 면피하려 하는 고위급들 말이다.        


 ‘경찰, 11번 신고받고도 참사 못 막았다’는 중앙일보 2022년 11월 2일 머릿기사다. 사건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신고 등 구체적 제보가 있었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는 ‘위험발생의 방지’에 대한 규정이 있다.       


5(위험 발생의 방지 등) ①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天災), 사변(事變),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     


1. 그 장소에 모인 사람, 사물(事物)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는 것     


2. 매우 긴급한 경우에는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필요한 한도에서 억류하거나 피난시키는 것     


3. 그 장소에 있는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하게 하거나 직접 그 조치를 하는 것     


7(위험 방지를 위한 출입) ① 경찰관은 제5조제1항ㆍ제2항 및 제6조에 따른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여 사람의 생명ㆍ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임박한 때에 그 위해를 방지하거나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하여 부득이하다고 인정하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다른 사람의 토지ㆍ건물ㆍ배 또는 차에 출입할 수 있다.     


경찰청에 관련 부서가 있고, 각 경찰서의 생활안전과 등에서 이런 업무를 담당할텐데, 이들이 제대로 업무를 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소방청장이 공석이라니     


소방청장이 현재 공석이라고 한다. 국가 재난 안전관리의 긴급 업무를 맡는 소방청장이 공석이라니 어이가 없다. 왜 인사가 늦어졌는지도 따져 보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제49조에 소방청에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을 두고, 중앙통제단장은 소방청장이 된다고 정해 놓았는데, 지금 이 나라에 긴급구조를 총괄 조정하고 지휘 통제할 사령탑이 비어 있다니 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철저히 하자.     


     

(참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약칭 재난안전법)     


제2조(기본이념)

이 법은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임을 확인하고, 모든 국민과 국가·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과 재산보호에 관련된 행위를 할 때에는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국민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함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제3조는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ㆍ신체ㆍ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나누고, 사회재난은 “사회재난 : 화재ㆍ붕괴ㆍ폭발ㆍ교통사고(항공사고 및 해상사고를 포함한다)ㆍ화생방사고ㆍ환경오염사고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라고 규정하고,      

시행령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라고 규정하였다.

    

제2조(재난의 범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3조제1호나목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1.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  

2. 그 밖에 제1호의 피해에 준하는 것으로서 행정안전부장관이 재난관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피해       

제4조 (국가 등의 책무)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안전에 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하며, 누구든지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제6조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의 총괄·조정)

행정안전부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한다.      


제49조(중앙긴급구조통제단)

① 긴급구조에 관한 사항의 총괄·조정, 긴급구조기관 및 긴급구조지원기관이 하는 긴급구조활동의 역할 분담과 지휘·통제를 위하여 소방청에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이하 "중앙통제단"이라 한다)을 둔다.


중앙통제단의 단장은 소방청장이 된다.


③ 중앙통제단장은 긴급구조를 위하여 필요하면 긴급구조지원기관 간의 공조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관계 기관·단체의 장에게 소속 직원의 파견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기관·단체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


④ 중앙통제단의 구성·기능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한겨레)에서 전재



* ‘어법세기’는 ‘어느 법학사의 세상 읽기’를 줄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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