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 가로수의 끝

한돌의 시

by 신윤수

프랑스 혁명의 로베스피에르가 단두대를 바라본다


친구들 모두 하나씩 가는구나

찬란한 계절인데

주위에 마지막 인사조차 못했는데


수십 년 도로지킴이로서 벅찬 사명감

먼지구덩이, 시커먼 매연 속에서 푸르게 푸르게

서울을 크게 도는 남부순환도로를 지켜온 자부심

나무 그늘도 낙엽도 새로 난 이파리도 다 주고

그동안 아름답고 신나는 시간을 여기서 보냈지


아! 좋은 시절이여!


그런데

새 시대에 새 나무라며

다른 나무로 바꾸어야 한다며

나이테 증거도 보지 않고

재판도 없이

모두 베어져야 한다니


이렇게 푸른 날에!


베어지는 나무들이 묵묵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일요일 아침 8시, 사당동역 남부순환도로에 지게차와 포클레인 덤프트럭이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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