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의 시
모처럼 새벽 출근시간 지하철을 탔다
땅속에서 숨도 아끼며 무공을 쌓는 사람들
중생대 공룡시대부터 견뎌온 은행잎들
이쑤시개 통 속에 빽빽이 서서 눈 감고 있고
앉아 있는 사람은 아예 고갤 젖혀 한밤중이다
모두 눈꺼풀을 붙이고 있었다
살아서 하루를 시작하는 감사의 기도인지
나라 지키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인지
지난밤 일탈에 대한 반성인지
눈 뜨지 않은 채
주위 사람들에 의지하여 너무 친밀하게
전장(戰場)에 투입되는 병사처럼 용감하게
햇볕에 몸 말리는 지렁이처럼 의젓하게
지하 긴수레의 진동에 맡기는 사람들
호모 언더류스(Homo Undereus)*
지하철 타는 사람들
오늘 저녁에도 지하철을 타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는
엄숙한 시간들이었다
* Homo Undereus : 지하철 타는 사람들 (내가 만든 말)
-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Homo Deus)』 : ‘신이 된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