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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Oct 08. 2022

나무와 잎

한돌의 시

여름 지나니 작은 나무가 몇 센티 컸다 새로 난 가지 색은 맑고 투명하고 바알간 어린 초록색이고 새로 핀 꽃잎은 엷고 아리아릿한 청자색이다 원래 어리고 젊은 것은 가냘프고 투명하고 세월을 이래저래 보낸 것은 굵고 빠딱하고 얼핏 보아도 잔뜩 화가 나 있다     


찬비 오고 큰 바람 한번 불면 떨어져 사라져버리는 나뭇잎은 철학자다 다시 새해가 올지는 모른다는데 가면 돌아올 수 없고 시들어 없어지는데도 계절에 대한 미련 없이 그저 가버리는 것이 철학이다     


지구별 내려 잠시 머무르는 나는 손님이어라 요즈음 주말마다 광화문 용산에서 머리띠 두르고 어깨동무한 이들은 주인이어라 겨울 봄 여름 가을 지나면 이곳에 좋은 일 있다고 덕담하고 이거 바라는 나는 진정 착한 손님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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