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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Nov 10. 2022

공무원의 책임, 어제는「소방의 날」 (이태원)

어제(11월 9일)는 「소방의 날」이었다. 위험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소방의 날」을 축하드린다.     


그런데 이 기관의 기념일인데, 언론이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도대체 왠일인가 보자.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소방청장은 공석이라고 한다. 이건 또 왠지?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나는 우연히 밤에 깨서(나는 초저녁잠이 많아 일찍 잔다) 자정 무렵부터 새벽 5시까지 TV를 통하여 전 과정을 지켜 보았다. TV에서 다른 기관은 몰라도 소방당국은 1단계, 2단계, 3단계 등 무언가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았다. 언론에서 3차례(?) 브리핑하면서 용산소방서장이 손을 부르르 떠는 것도 보았다.     


그런데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TV를 보는데, 소방서장 외에는 어떤 당국자도 공무원도 TV에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 여기서 관련된 공무원*을 순서대로 써 본다. 대통령 지시(?)니 어떠니 하며 자막이 뜨는 걸 보았지만,  대통령과 총리가 한참 뒤에 동영상이 아니라 사진(정지화면)으로 나온 것(?) 같다.      


* 공무원 : 대통령, 국무총리, 행정안전부장관 /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용산경찰서장 등          



공무원, 그 권한과 책임에 대하여      


공무원은 권한이 있으면 당연히 그 책임이 따라온다. 그래서 헌법에는 공무원 조항을 이렇게 규정해 두었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조항이다.     


헌법 제7조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여기서 분명히 보듯 공무원은 어떤 일이 발생하면 거기에 대해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 책임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아니라 법적 책임(헌법적 책임)이다.     


물론, 업무나 발생한 사건의 성질에 따라 각자의 책임의 정도는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로는 그날 밤과 새벽, 적어도 소방당국은 다른 기관보다 제대로 일했다고 느꼈다. 그런데 그들을 이렇게 다루어도 되는가? (소방서장을 입건하고 압수수색 했다고 한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는 말이 있다. 잘한 사람은 상을 주고 못한 사람은 벌을 주는 것이다. 적어도 이번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 소방관과 현장 경찰관과 의료인력들에 대해서 국가는 상응한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한편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고위 관계자는 책임의 경중을 따져 벌을 받아야 한다.


 

소방청장은 아직도 공석(?)     


소방청장은 긴급구조를 총괄하고, 기관별 업무를 조정하는 자리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다. 긴급구조에 있어서 소방청과 소방청장의 역할을 규정한다. 청장이 다른 기관에 소속 직원의 파견을 요청하면, 그 기관은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번에 소방당국이 경찰에 여러 차례 지원요청을 했는데도, 경찰이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방청장의 공석과 구청, 경찰 등 다른 기관의 수동적 자세가 문제를 키운게 아닌가? 소방청장을 공석으로 유지하는 이유부터 알고 싶다.     


49(중앙긴급구조통제단) ① 긴급구조에 관한 사항의 총괄ㆍ조정, 긴급구조기관 및 긴급구조지원기관이 하는 긴급구조활동의 역할 분담과 지휘ㆍ통제를 위하여 소방청에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이하 중앙통제단이라 한다)을 둔다. <개정 2014. 11. 19., 2017. 7. 26.>     


② 중앙통제단의 단장은 소방청장이 된다. <개정 2017. 7. 26.>     


③ 중앙통제단장은 긴급구조를 위하여 필요하면 긴급구조지원기관 간의 공조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관계 기관ㆍ단체의 장에게 소속 직원의 파견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기관ㆍ단체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     


④ 중앙통제단의 구성ㆍ기능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국민의 알 권리(고위 관계자의 당시 행적을 밝혀라)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건이 있던 시간대에 고위 관계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국민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이태원 참사’에 관련된 고위 관계자*는 사고발생이 정부기관에 최초 알려진 시각(2022년 10월 29일 18시 34분)부터 10월 30일 8시(사건 처리가 대체로 끝난 시각)까지  각자 소재지와 활동내역을 시간대별로 국민에게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 관련 인사 : 대통령, 국무총리, 행정안전부장관 /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용산경찰서장     


그리고 국가위기관리센터, 국정상황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서울시, 경찰청 등 주요 기관의  시간대별 활동내역도 마찬가지다.     


국회에서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우선 이 부분부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결국 행안부 경찰국이 문제(?)     


나는 정부조직법과 경찰법을 바꾸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행안부에 경찰국을 만드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러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행안부 경찰국을 만들더니, 이번 참사와 관련해서, 행안부 장관은 자신은 경찰업무를 보고받지도 않고 자신의 권한·책임이 아니라고 하던데, 그야말로 무책임한 직무유기이자 면피성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행안부 경찰국이 단순히 경찰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면 애초부터 존재할 필요가 없고, 그 명칭부터 ‘경찰국’이 아니라 ‘경찰지원국’이 되었어야 한다. 행안부 직제를 보니, 경찰국 3개과의 명칭은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로 되어 있으니, 이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 아닌가.       


2021년부터 시행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경찰법)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구분하고, 국가경찰위원회(시도 자치경찰위원회)와 경찰청(시도경찰청) 등으로 명확히 권한과 책임이 구분된 경찰제도에 이 정부 들어 행안부가 개입하면서 상황관리와 위기대처능력에 문제를 일으킨 것이 분명하다.     


종전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을 분리하여 1991년 경찰청이 발족하면서, 정권변동이나 여야 등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2년 임기의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심의의결기관인 경찰위원회가 30년 이상 있었는데, 이게 자문기관이라며 행안부에 경찰국을 만들더니 이 사달이 났다.           


* ‘어법세기’는 ‘어느 법학사의 세상 읽기’를 줄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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