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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Dec 07. 2022

국가교육위원회를 두고, 도대체 교육부가 무얼 하는가?

새벽 신문에서 읽은 기사다.     


교육부가 새 교육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표현은 유지하고 ‘성평등’ 용어는 제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국가교육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확정·고시된다.     

6일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안을 국가교육위에 상정했다. 앞서 교육부는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공개하고 지난달 9일부터 29일까지 1574건의 의견을 접수했다.’ (중앙일보 20221207 10면)     


나는 이 기사에서 우리나라 일간지 기자의 실력을 의심했다. 위 문장에서 주어로 쓰여진 기관을 보라. 교육부가 최종 결정하고 국가교육위원회는 그저 통과기관처럼 기술되어 있다.     


최근 화물연대나 민노총 총파업 등에 대해서 노사정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 등 근로자나 공익위원(중간) 등 의사를 듣는 위원회에서 논의하지도 않고, 대통령과 관계 장관들이 ‘불법집회’니 ‘정치파업’이라고 말했다고 하고, 국제노동기구(ILO)가 긴급 개입(intervention)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어떤 위원회의 권한을 정부부처가 대신 행사하거나, 어떤 중요한 안건을 위원회에 부의하지도 않고 정부부처가 단독으로 무언가 결정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관련 법률과 행정절차법 등)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본다. 정부가 관련 법률을 위반한 것이 분명한데 이 경우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력 10위, 국방력 6위인 선진국이다. 이런 나라가 이렇게 위원회와 정부부처(집행기관)간 기능을 혼동하는 게 어이가 없다. 이번에 우선 국가교육위와 교육부에 관련된 문제부터 살펴본다.         



국가교육위와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라고 줄여 씀)는 나라의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5년 임기의 정부가 흔들지 말라는 취지에서 만든 기구다. 즉 정치적 중립성과 정책의 지속성이 목표라는 것이다.     


관련 법률에서 국교위가 교육부보다 오히려 상위에 있는 기관으로 되어 있고, 이 위원회가 직접 국민과 함께 관련 정책을 만들도록 되어 있다.


직제를 보니, 사무처 조직은 사무처장과 교육발전총괄과, 교육과정정책과, 참여지원과 등 3과 31명이라고 한다. 전에 듣기로는 국교위가 생기고 나면 교육부가 없어진다니, 과학기술 쪽과 통합된다니 어쩌고 하더니 법률은 그대로 둔 채, 국교위를 만들면서(시행령), 정무직 3인 특정직 11명, 일반직 17명이라는 이상한 모습을 가진 기형적(?) 조직이 만들어져 있다.       


이것은 내가 전에 국가경찰위원회와 행안부 경찰국과의 관계에서 우려한 모습이 국교위에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행안부 경찰국은 정부조직법이 아니라 시행령으로 만들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조직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 전에 이곳 브런치에 게재한 글부터 옮겨 적는다. (후속 글은 다음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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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 (20220804 브런치 게재글)     


‘어린이 5세 입학 사건’이 더운 여름을 짜증스럽게 한다. 새 정부의 대선 공약에도 없었고, 누구와도 협의하지 않은 국가의 백년대계가 이렇게 진행되다니? 이걸 검토해 보았다.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라 부른다)와 교육부의 업무는 대부분 중복된다. 이미 7월21일부터 국교위법이 시행되고 있어, 교육부는 관련 업무를 「국가교육위원회」에 넘기고, 조직을 축소하든지 일이 없으면 해산해야 한다.           


‘국교위’는 21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 중 3인은 상임이고 정무직이다. 즉 교육분야에 장차관급만 3인이 새로 생긴다. 지금 교육부에 장차관 2인(장관은 사회부총리도 겸임)이 있는데, ‘국교위’와 교육부를 그대로 두면, 교육 분야에만 정무직 공무원이 5인이 된다. 이게 말이 되는가.          


‘국교위’ 위원 21인 중 국회가 9인, 대통령이 5인을 지정하는데, 현재까지 6인의 위원만 정해졌다는 보도를 보았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데, 대통령이 자기가 선정해야 할 위원 5인조차 정하지 않은 채, ‘국교위’ 소관업무를 교육부 장관에게 지시(?) 했다는 어처구니(?)다.          


내가 알기로는 검찰에서 검사장 이상이 40명이 넘는데 모두 차관급 대우를 한다고 한다. 법무부의 외청인데, 검찰청에다 40여 명의 차관급을 두니, 그들 세력이 여태 이 나라를 흔들어왔고, 그 바람에 이 나라가 검찰공화국, <대한검국>이 되었다고들 한다.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가 공존할 필요가 있을까. 이번 ‘어린이 5세 입학’ 사건은 일거리가 없어 축소 또는 폐지되어야 할 교육부가 쓸데없이 일을 벌인 소극(笑劇), 자작극이다.       


두 기관의 근거법(국가교육위원회법정부조직법)          


‘국교위’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약칭: 국가교육위원회법)에서, 교육부는 정부조직법에서 정했다. 국교위법 부칙 5조를 보면 교육부 업무를 ‘국교위’에 이관하도록 하고 있고, 과거 교육부가 했던 업무를 ‘국교위’가 한 것으로 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어린이 5세 입학 사건’은 권한 없는 이들의 ‘한여름밤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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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약칭: 국가교육위원회법 )

[시행 2022. 7. 21.] [법률 제18298호, 2021. 7. 20., 제정]             


제1조(목적) 이 법은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여 교육정책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되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교육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①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 방향 및 교육제도 개선 등에 관한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ㆍ조정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교육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② 위원회는 그 소관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          

부칙          


제5조(기능조정에 따른 소관 사무 등에 관한 경과조치) ① 이 법 시행 당시 교육부장관의 소관 사무 중 제11조부터 제13조까지의 사무는 이 법에 따른 위원회가 승계한다.          


② 이 법 시행 전에 교육부장관이 행한 고시ㆍ행정처분, 그 밖의 교육부장관의 행위와 교육부장관에 대한 신청ㆍ신고, 그 밖의 행위 중 그 소관이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위원회로 이관되는 사항에 관한 행위는 위원회의 행위 또는 위원회에 대한 행위로 본다.               


정부조직법          


제28조(교육부) ① 교육부장관은 인적자원개발정책, 학교교육ㆍ평생교육, 학술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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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어떻게 진행될까          


내가 보기로는 7월에 온통 난리 난 <행안부 경찰국 신설> 문제과 같이 교육부가 이 문제를 우격다짐으로 밀고 갈 것 같다.           


교육부에 이 문제를 다룰 T/F(팀장은 교육부 차관?)를 만든다는 보도를 보았다. 그런데 ‘국교위’는 원래부터 ‘국교위 사무국’을 가지고 있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원래 이런 업무를 하도록 만든 ‘국교위’를 두고, 위원회 발족 업무부터 팽개치면서 엉뚱한 일을 벌이고 있으니 도대체 이게 뭔지?          


국교위 업무를 권한 없는 교육부가 담당하는 것은 명백히 법률에 위반된다.           


한참 전에 법전 보기를 그쳤다가, 최근에 법전을 찾아보니 행정기본법과 행정절차법이 만들어져 있었다. 여기에 전에는 이론으로만 배웠던 법치행정의 원칙과 시행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 있던데, 교육부가 사용하는 법전에는 빠져 있나보다. 국가교육과정에 대하여 법률상 2022년 7월 21일에 발족해야 할 국가교육위원회가 직접 하지 않고 교육부가 하는 것은 절차법을 위반한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 (20220804 브런치 게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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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정치행정에 대한 생각     


나는 중앙부처 공무원을 한참 하다가 2011년에 그만두었는데 요즘 들어 생각해 보아도 내가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요즘에 국회나 정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니 나는 지금껏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법이 바뀌었는지, 아니면 무언가 법 해석 등 근본적인 것이 바뀌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몇 가지만 적어본다.     


1. 교육이나 경찰 분야에 위원회(국가교육위원회, 국가경찰위원회)를 두고는 교육부나 행정안전부가 직접 일을 하려 든다. (일본에서 경찰업무는 총리 직속의 국가경찰위원회가 관장한다, 우리 정부조직법과 경찰법도 기본적으로 이렇게 되어 있지 않나?)      


그러더니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와 관련해서는 행안부 장관은 “자신은 경찰·치안업무를 관장하지 않고 보고도 받지 않는다(?)”고 했던가.     


2. 노동 분야에 노사정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가 있는데, 중요 사안을 위원회에 부의도 않은채 위원장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한다. 요즈음 화물연대 파업 등에서 대통령이나 관계 장관들이 직접 나서 ‘불법’이다 또는 ‘정치적 파업’이다 어쩌고 단정(?)한다.      


불법인지 적법인지 판정하는 건 궁극적으로는 사법부이고, 헌법에 규정된 근로자의 행동에 대해 불법이다 어쩌고 하는 건 지나친 말 아닌가? 파업 등에 당연히 경제적 유인이 있지만, 다수가 모인 의사니까 이게 정치적이 되는 건 당연하지 않나(?). 헌법을 보자. 근로조건의 향상을 여럿이 주장하는 건 당연히 정치행위이다.       

헌법 제33

①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②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③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      


영국은 노동당·보수당의 양당이 교대로 집권하고 있고, 대부분 민주국가에서 노동당은 정당으로 행동

한다. 우리나라에도 민주노동당이 있었고, 현재도 노동당이 있지 않나?     


이번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기적처럼 16강에 올라갔듯이, 앞으로 우리 정치에서 희망을 보고 싶다. 새벽 신문에서 짜증 나는 일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올바른 정치를 해 달라 (정자정야政者正也)     


플라톤은 철학자가 정치를 하는 게 좋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철학자(哲學者)가 아니라 모두 새로 배우기를 거부한 절학자(絶學者)들이 모여 정치짓을 하는 모양이다.     


상식이 통하는 곳에서 법은 필요 없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하는데 우리 모두  옳고 편안하게 평범하게 사는 곳에 왜 법을 들먹이는가. 필요할 때는 법을 내세우고, 맘에 들지 않으면 있는 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이게 무슨 법치국가인가.     


요즈음 정치꾼들이 말하는 국민(國民)에는 원래 무서운 뜻이 있다. 국(國)이란 원래 울타리로 둘러싸인 장소(지역, 감옥)이고, 거기에는 왕이나 귀족 외에 민(民)이 있는데, 그들은 원래 ‘노예’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한자(漢字)의 유래를 설명하는『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예전에 노예는 왼쪽 눈을 찔러 실명(失明)시켰다고 한다. 앞이 보이지 않게 만들어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일에 전념토록 하려 한 것이다. 이 글자에서 위의 네모는 ‘눈’이고, 밑은 ‘칼이나 바늘’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의미의 국민이 되고 싶지는 않다.       


이 나라의 자유로운 사람들이 ‘법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부디 법치(法治)가 아니라 ‘인치(仁治)나 덕치(德治)를 해 달라 고 높은 나으리들께 부탁드린다.     


* ‘어법세기’는 ‘어느 법학사의 세상 읽기’를 줄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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