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의 시
1.
고향에 누워도 고향 그립다
바람난 그를 세월이 데리고 갔다
비상리(飛上里)*서 비행기 탔다는데 어디 간 지 모른다
비하리(飛下里)* 스케줄도 없다
그는 머릿속 기억창고에나 살짝 엿볼 뿐
억지 꿈으로나 슬그머니 올 뿐, 오더라도 아주
무섭게 온다, 정 떼려는지
버린 추억들만 간간이 소달구지 타고 들른다
2.
고향은 고물상 폐신문지 더미에 가시 뺀 선인장으로 묶였다
구녀산성(九女山城) 뒷산 언저리로 날아갔다던가
나무꾼 총각 아홉 무덤 돌고 쓰러져 전설 고향이 되었다던가
어쩌다 슬픈 그리움으로나 만날 뿐
불탄 앨범 속 중앙공원 은행나무 옆에 우두커니
부모산(父母山) 너머 저녁해가 무심천(無心川) 풍경소리 듣는다
* 청주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지명, 옛사람이 미리 알고 이름 지었다
(2017년)
(내가 찍은 영남알프스와 신불평원) 201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