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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May 14. 2022

키나발루 산(보르네오, 4095미터)에서 ‘거듭나다’

키나발루 산은 보르네오 섬의 북쪽에 있는 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나는 지금까지  2번 키나발루 산에 가 보았다. 한 번은 공무출장 중에 자동차로 중턱까지 올라갔고, 한 번은 일출을 보러 4095m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이 산은 태평양에서 떠오르는 일출이 좋기로 유명한데, 당국에서도 일출을 보기위한 새벽 산행만 허용한다. 2018년 3월의 일이다.      


미리 산장에서 숙박하다가 새벽 2~3시경에 등반을 시작하게 된다. 이곳 정상은 정확하게는 4095.2미터. 고도가 매우 높아(우리나라 백두산 2744미터, 한라산 1947미터다), 등산객들이  고산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관리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관리사무소에 인적 사항을 신고하는데, 혹시 죽으면 시체를 보내주어야 하니 반드시 연락처를 적으라 해서 좀 으시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산행 중에도 정해진 시간까지 체크포인트에 도착하지 못하면 무조건 하산해야 한다.      


나는 좀 고혈압 증세가 있었는데도 약을 먹지 않고 있다. 그 때문인지 그때 산행이 무척 힘들었다. 이때 정말 고생하였지만 꼭대기에 올라갔으니 거기서 내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reborn). 앞으로 키나발루 산행에서 느낀 이모저모를 써 보려 한다.      


이곳은 적도의 열대지방인데도, 말라리아모기가 없고, 지진활동도 많지 않으며, 말레이지아에서 유별나게 이슬람보다 기독교도가 많다. 이래저래 살기 좋은 지역으로 알려져서 코로나 전에는 한국사람들이 별장을 많이 샀다. ‘죽은 사람도 산 꼭대기에 오르면 다시 산다’는 전설이 있다.                  


거듭 산다는 것(Borneo-Reborn) 


어둠 속에서 안개를 헤치다 보니 드디어 빛이었다. 산에서 이틀 자고 오른 보르네오 섬의 동남아 최고봉. 키나발루 산. 고산증 증상이 사람마다 다르고 적응이 쉽지 않다. 나는 산에 오르면서 자꾸 방귀를 뀌었다. 이곳 전설은 죽은 사람도 키나발루 산 꼭대기에 가면 다시 살아난다는 것. 내게도 거듭 삶(再生)이 시작되었다.       


지구별 적도에 우뚝 서 있는 화강암 바위. 바다에서 보면 우람한 하늘의 성채. 건기인데도 때로는 엄청난 폭우. 바위의 억년 주름마다 하얀 물줄기 끝없이 흐르고, 스쳐가던 구름 부닥쳐 홀연 없어지고.          


새벽 2시 3200미터에 있는 산장을 출발해서, 바닥 깔린 굵은 밧줄을 꼭 잡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숨 가쁘게 오른다. 등반 행렬은 노예선에 일렬로 늘어선 노 젓기. 안갯속 띄엄띄엄 보이는 헤드랜턴 불빛은 지옥 광경.     

긴 바위 건너고 너른 바위 경사면 타고 2킬로미터. 이리저리 4시간. 갈라진 큰 바위 사이로 오르니 꼭대기였다.         


이곳은 로우(LOW) 봉 4095.2미터, 세계자연유산          


(2018년 3월 5일의 산행에서)          


산에서 내려온 지 사흘 만에 그곳에 지진이 나서 입산금지가 되었다. 내가 한국에 돌아오고 난 뒤 알게 된 내용이다. 꼭 3년 전 서양애들이 꼭대기에서 나체춤을 추는 바람에 그곳 산신령이 노해서 18명을 데리고 갔다. 내가 코나발루 산에 있는 바로 그때 바윗덩이 10킬로미터 밑이 부글부글하고 있었고 나는 자꾸 방귀를 뀌어 불경했다는 것이다.---그 산에 가고 싶다. 그 꼭대기에 다시 서고 싶다.   

           

* 여행 및 산행 일정 : 2018년 3월 2일 ~ 3월 7일 (4박 6일)       

- 1일차 (3월 2일) 코타키나발루 공항 도착 후 숙소 이동

- 2일차 (3월 3일) 시티투어 후 키나발루 산 로지(lodge) 도착

- 3일차 (3월 4일) 키나발루 산 로지 출발 - 산장 캠프까지 등반 – 키나발루 산 산장 숙박

- 4일차 (3월 5일) 새벽 정상 등반, 아침 식사 후 키나발루 산 하산

- 5일차 (3월 6일) 사피섬, 선셋 크루즈, 코타키나발루 공항 도착

- 6일차 (3월 7일) 인천 국제공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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