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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Feb 10. 2023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2020년에 발간한 『푸른 나라 공화국』에서 <지금 헌법으로 선거 치르면 공염불이다>라는 제목으로 쓴 글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 적는다.(35~39쪽)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     


하버드 교수가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어크로스, 2018)에는 이러한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원어를 보면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들(democracies)이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포함되는가?     


“민주주의 기반이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극단주의 선동가는 어느 사회에서나 등장하기 마련이다. 미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일단 잠재적인 독재자가 권력을 잡으면 민주주의는 두 번째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그 독단적인 지도자가 민주주의 제도를 전복할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 제도가 그를 통제할 것인가.(13쪽)     


헌법에 명시된 권력분립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민주주의 보호막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독재자는 민주주의 제도를 정치 무기로 삼아 마음껏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선출된 독재자는 사법부를 비롯한 중립 기관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거나 ‘무기로 활용하고’, 언론과 민간영역을 매수하고(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정치 게임의 규칙을 바꿔서 경쟁자에게 불리하게 운동장을 기울인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독재자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비극적인 역설은 그가 민주주의 제도를 미묘하고 점진적으로, 그리고 심지어 합법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죽인다는 사실이다.(14쪽)”     


여기 기술된 내용이 미국에 대한 것인가? 나는 우리나라에서 본 것 같은데. 이게 나만의 생각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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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임기문제     


이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는 미국에서는 헌법이 아니라 상호관용의 정치관행과 제도적 자제로 대통령 임기문제가 이어져 왔다는 내용도 기술되어 있다.     


“민주주의 수호에 가장 핵심 역할을 하는 두 가지 규범을 꼽자면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를 들 수 있다.(132쪽)      


상호 관용이란 정치 경쟁자가 헌법을 존중하는 한 그들이 존재하고, 권력을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이며, 사회를 통치할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개념이다.……상호관용이란 자신과 다른 의견도 인정하는 정치인들의 집단 의지를 뜻한다.(133쪽)      


상호관용의 규범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이한다. 한 진영이 경쟁자를 위협적인 존재로 바라볼 때 선거에서 그들에게 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리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전제적인 방안까지 고려할 것이다.(135쪽)      


민주주의 생존에 중요한 두 번째 규범은 우리가 ‘제도적 자제’라 부르는 개념이다. 자제란 ‘지속적인 자기통제, 절제와 인내’, 혹은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태도’를 뜻한다.(137쪽)      


미국 역사상 두 번의 임기제한은 법률이 아니라 자제의 규범으로 내려왔다. 1952년 수정헌법 제22조가 추가되기 전까지, 미국 헌법의 어떤 조항도 대통령이 최대 두 번의 임기로 물러나야 한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조지 워싱턴이 1797년에 두 번의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 선례로 남았을 뿐이다.(139쪽)……


그러다가 루즈벨트의 1940년 삼선이 있었고, 루즈벨트의 위반이 결국 수정헌법 22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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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례 우리나라 헌법 개정은 거의 모두 대통령 임기와 선거방법과 관련되어 있다. 1910년 일제강점으로 대한제국이 멸망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군주제는 끝났다. 1919년 3·1운동 이후 상해에 설치된 망명정부인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불과 9년전 군주가 있던 왕조를 버리고, 군주제 대신 공화국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 헌정사는 말로만 대통령이지 실제로는 왕이 있었다. 대통령이 입법·행정·사법 등에 전권을 행사하는 군주제로 운영되었다. 미국에서 대통령 재임 여부에 대한 헌법 조항이 없었는데도 초대 워싱턴 대통령이 4년 임기 2번을 마치고 물러났고, 그 후에도 후임자가 그 전통을 이었다는 것이다. (루즈벨트가 삼선을 하는 바람에 헌법에 임기조항을 넣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전주 이씨로서 조선 왕족의 후예라고 한다. 원래 제헌헌법 초안은 내각제였는데 당시 의장이던 이승만의 반대로 대통령제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결국 임기연장을 꾀하고 부정선거를 하다가 쫒겨났다. 아마 그 시절에는 국민 대부분도 대통령은 ‘임금님이다, 나라님이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헌법 개정 문제가 나오기만 하면 이를 그대로 두면서 좀 고치자, 내각제로 하자, 이원집정부제로 하자며 다투어 왔다. 그런데 이걸 논의하려면 또 수십 년 걸릴 것이다. 영원히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헌법상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자유 평등 비밀선거로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5년 임기로 국정을 담당한다. 그런데 문제는 삼권분립이 규정되어 있어도, 모든 권력이 왕조 시대의 왕과 같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헌법이 1987년부터 시행되어 33년이 지났는데,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레임덕(lame duck)에 빠지고, 퇴임 후에는 좋지 않은 결말을 보인다.      


이걸 학계에서는 대통령중심제다 제왕적·영도적 대통령제다라고 하는데, 쉽게 생각하면, 옛날 황제나 왕처럼 국가의 권력을 모두 대통령에게 주고 나서, 5년간 통치하도록 하는 선거군주제라 할 것이다. (이상 『푸른 나라 공화국』 35~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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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민주주의 지수     


내가 이 책을 발간한 게 2020년 11월 24일이니 벌써 햇수로는 3년 (실제는 2년 3개월)이 지나간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민주주의 지수’는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1위, 전 세계에서 23위로서 높이 평가받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었다.(위 책 30~31쪽에 인용). 이때가 우리나라가 5년 만에 ‘결함 있는 민주국가’에서 ‘완전한 민주국가’ 대열에 오른 것이다.     


그러다가 2021년에는 16위로 올라 대단한 민주국가가 되었는데, 2022년에는 24위로 철쩍 내려 앉았다. 이번에는 자민당이 계속 지배하는 일본(16위)에도 뒤지는 나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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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 여론조사     


나는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의 각국 지도자 승인율을 주시한다. 이 조사는 전 세계 주요국가 22국의 대통령, 총리를 국제적으로 비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 기관들의 조사결과는 잘 믿지 않는다.      


어제(2023년 2월 9일) 나온 조사결과다. 지난 주와 같이 인도가 1위이고 우리가 22위(꼴찌)다.       


1위  Narendra Modi  (인도) : 승인 78%, 불승인 19%, 유보 3%

22위 Yoon Seok-youl (한국) : 승인 21%, 불승인 71%, 유보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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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어디 있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나라가 아시아 제1의 민주국가라고 자랑스러워 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우리에게 늘 처져 우리를 부러워하던 일본에게 추월당했다. 같은 아시아의 인도가 22개 주요국 지도자 중 1위인데, 우리는 22위로 꼴찌를 하는 건 ‘왜(Why)’ 일까?     


요즘 정치(?)는 시민을 편하게 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시민들이 나라를 늘 걱정하게 만든다. 그들의 정치ㄴ지 미친지가 이 나라 정치판을 헝클고, 국제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었고 민주시민의 자존심까지 멍들게 하고 있지 않는가.

     

여ㄴ지 야ㄴ지 정치하는 분들 제발 허심탄회하게 머리 맞대고 이야기 해라! 예전 정칫밥 좀 먹었다는 원로들도 제발 어느 쪽도 편들지 말고 중도에서 발전적인 이야기 좀 해라. 이러다가 엉터리 정치가 나라 망쳐먹게 생겼다.     


시민들 잠이나 좀 편하게 자게 해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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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봉재산 30」은 정치·사회 현상에 대해, 어느 지공선사(地空善士,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사람, 가끔은 指空禪師)가 쓰는 글입니다.     


(인용된 책들 : 『푸른 나라 공화국』,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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