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수 Feb 24. 2023

3월 8일은 어떤 날?

3월 8일은 어떤 날인가?      


달력에는 ‘3·8민주의거 기념일’로 나와 있다. 1960년 이승만 정부의 독재와 부정부패, 인권유린에 대항하여 대전에서 최초로 일어난 학생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한다.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의날’이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를 뽑는 날이다.      


한반도를 갈라놓은 분단을 생각하는 날이다(?)      


내 생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     


숫자 3과 8에 대한 생각     


숫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가 보기로는 3과 8은 그럭저럭 편하고 좋은 숫자인 것 같다.     

3은 우리가 무슨 일을 ‘삼세번’ 하고, 삼성단이나 삼신할머니를 찾듯이 1과 2보다는 편하고, 내일을 지향하는 숫자다. 그리고 1,2는 혼자 설 수 없지만 3개는 혼자서도 설 수 있다.     


그다음 숫자 4는 죽음을 뜻하는 사(死)와 발음이 같아 기피하고, 5와 6은 중간이라 어쩐지 갑갑하다가, 7은 행운의 숫자(lucky), 8은 중국어 파(fa)로 발음되는데 돈 벌고 발전한다는 발(發)과 같아 중국인이 좋아하고, 9는 꽉 차서 그렇고, 10은 끝나는 숫자이자 새로 시작하는 숫자라 그저 그렇다.

---------------------     


우리는 38선으로 분단되었다     


1945년 8월 15일 일제강점기가 끝나면서, 우리는 북위 38도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이 분단되었다. 전범국(戰犯國) 일본을 분단하자는 논의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우리가 갈라지게 된 것이다.     


북위 38도선이 한반도의 가운데를 지나가는데,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하여 북에는 소련군이 남에는 미군이 진주하기로 하였다.     


그러다가 우리는 남북통합의 기회를 잃고(아니면 버리고), 세계적 냉전의 모퉁이에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 한국전쟁이 있었다(1950~1953년). 그러다가 올해 70년이 지나간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향하는가? 무척 안타까운 시간이 아닌가. 

-----------------------     


38광땡과 38따라지     


내가 젊은 시절에는 가끔 화투놀이를 했다. 그때는 상가(喪家)에 가면 섯다라 불리는 일종의 노름판이 벌어졌다.  여기에는 섯다 족보가 있어 회투 2장의 서열이 정해져 있었다.

   

화투 2장으로 끗발을 재는데, 가장 높은 패가 3광과 8광의 38광땡이고, 가장 낮은 패가 38따라지였다.      

같은 종류의 화투에서 광과 따라지는 그야말로 천양지차(天壤之差), 하늘과 땅의 차이가 된다.        


이번 3월 8일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날이라고 한다. 당 대표나 최고위원을 하려는 이들의 건승을 빌지만, 어차피 누구는 광땡, 누구는 따라지 신세가 될 테니 그저.


그런데 ‘세계여성의날’라는데, 여당 전당대회에 여성 후보가 안 보인다. 어디 갔나? 

--------------------     


3월 8일은 세계여성의날     


3월 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의 날이다.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1908년 3월 8일, 여성 섬유 노동자 1만 5,000명은 뉴욕 러트거스 광장에 모였습니다. 열악한 작업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동료 여성노동자가 숨지자 노동 조건 개선, 여성 지위 향상과 참정권 획득을 외치며 뛰쳐나온 것입니다. 빵은 굶주림을 해소할 생존권을, 장미는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뜻했습니다,      


10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 여성의 권리는 향상됐을가요?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여성은 여전히 경제적 활동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여성의 임금도 남성보다 10~30% 적으며, 여성 국회의원의 수도 겨우 남성의 22%에 그칩니다.     

여성의 권리가 존중받는 세상,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요?

----------     


앞 글은『오늘부터 나는 세계시민입니다』11쪽에서 인용하였다. (공윤희·윤예림 짓고, 배성규 그리고 창비가 냈다, 2019)     


이 책은 유엔기념일 17개를 설명하면서,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3월 22일 ‘세계물의날’, 4월 7일 ‘세계보건의날’------식으로 기술해 나간다. 처음이 여성의 날이다. 여성이 쓴 책이라 그런가?

--------------------     


3월 8일은 내 생일이다     


그런데 3월 8일은 내 생일이기도 하다. 어쩌다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저쪽 대륙 나이야가라 폭포에서 나이를 보냈으니 벌써 생년은 없어졌다. 살아온 나날을 생각하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면서, 나도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겠지만, 그래도 작년부터 브런치에 글 쓰는 기회를 잡아 기쁘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세상사여부운(世上事如浮雲)

------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 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 하네

---------------------     


길일이 되소서     


이번 3월 8일 좋은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계여성들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그래야 남성도 행복해진다).     


남과 북을 가른 38선이 봉합되는 어떤 계기가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서 부정부패와 인권유린이라는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국민의힘’에 좋은 리더쉽이 생겨,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다. 여야가 늘 협의하고, 시민 의견을 들어 궁민(窮民)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에게도 꽃봄이 왔으면 좋겠다.     


* 「매봉재산 30」은 정치·사회 현상에 대해, 어느 지공선사(地空善士,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사람, 가끔은 指空禪師)가 쓰는 글입니다. 


사진: 경복궁의 봄, 픽사베이에서

이전 07화 누리호 3차 발사 성공과 한러 수교 33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