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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Oct 06. 2023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과이불개(過而不改)

국가는 왜 생겼나?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홉스의 이야기가 그럴듯하다. 사람들은 이기적 존재로서 모두가 서로 해치려 하니까 무언가 질서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유식한(?) 말로 ‘만인(萬人)에 대한 만인의 투쟁’인데, 서로의 안전과 질서를 보장하기 위해 ‘리바이어던(Leviathan)’이 필요(리바이어던은 `괴수`다)하고, 이게 `국가`고 `정부`라고 했다.     


이런 괴수(리바이어던)가 실패하면 어찌 되는가? 작년 5월 새로운 ‘리바이어던’이 등장하더니, 대한민국은 그냥 푹 떨어졌다. 국가의 경제력은 세계 10위에서 13위로, 주가지수는 2900대에서 2400대로, 물가는 9월에 1년 전보다 3.7% 올랐고, 내 주머니는 텅텅 비어가는데, 다른 사람은 어떤가 모르지만.     


올 들어 ‘상저하고(上低下高)’ 어쩌고 하며 상반기는 낮아도 하반기는 좋아진다고 늘 씨부렁대더니 이제 하반기가 반을 넘어가니, 내년 상반기는 좋아진다는 등  ‘하저상고(下低上高)’라고 하든 뭐라 할 법한데, 아무도 말을 잘 안 한다. 그냥 V자 곡선도 아니고 L자 곡선 아니 평평한 지평선이 되려나?     


왜 그런가 보자. 과이불개(過而不改) 때문이다. 잘못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다는 거다. 이 정부의 정치외교는 ‘미국·일본 바라기, 중국·러시아 버리기’이고, 어제 〈세계 한인(韓人) 대회〉가 있었던 모양인데, 우리 북쪽에 사는 북한인(北韓人)이 참가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들은 한인이 아니라 주적(主敵)이라서?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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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사회의 모습     


작년 말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작년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뽑았다. ‘과이불개(過而不改)’는 논어의 ‘위령공편’에 있는데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고 했다.     


이런 사자성어를 추천한 이유로 “여야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을 않는다. 그러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여주대 박현모 교수)     


정치권 행태는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 나라의 미래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40대·사회). 여당이 야당 되었을 때나 야당이 여당 되었을 때나 똑같다(60대·예체능). 표절문제가 불거지면 논문 제출자만 탓할 뿐 지도교수와 심사위원에 대해서는 아무 책임을 묻지 않는다. (60대 인문학 교수)     


* 중앙일보 2022년 12월 12일 <교수들이 뽑은 올해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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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집어든 책     


요즈음 다시 집어든 책들이다.    

*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와 『좁은 회랑』(The Narrow Corridor)인데, 각각 2012년과 2020년에 번역본이 나왔다.(시공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어떤 나라가 부유하고 가난한지는 지리, 질병, 문화가 아니라 제도와 정치가 좌우한다. 포용적 경제제도를 뒷받침하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번영을 가져온다.’고 한다.     


『좁은 회랑(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권리가 있는가? 국가권력과 시민의 자유에 관한 新정치론’이다. 책 표지의 표3에 요약된 그림과 문장을 그대로 옮긴다.         



국가를 자유와 번영으로 이끄는 좁은 회랑     


국가의 힘이 너무 강하면 국민은 독재로 고통받고, 반대로 사회가 너무 강하면 무질서로 혼란스러워진다. 시민이 자유를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선 국가와 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좁은 회랑’에 들어가야 한다.     


문(門)이 아니라 ‘회랑’인 이유는 회랑 안에 있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서로를 견제하며 달리는 과정에서 언제 어디서든 국가가 회랑 밖으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며, 이곳이 ‘좁은’ 이유는 그만큼 균형을 달성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법과 군대를 가진 국가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떻게 사회를 결집할 것인가?

(책표지 표 3에서)     


민주국가의 성공을 좌우하는 강력한 국가와 시민의 자유’ 사이의 균형이 바로 <<좁은 회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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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 어찌할꼬     


그런데 우리는 강력한 검찰과 이리저리 압박받는 시민이 대비된다. 제1야당 대표라는 이재명이 4백번이라나, 아니 36번이라던가 압수수색을 당했다나 하던데, 일반 시민들은 한 번만 당해도 무서워서 그냥---.      


2003년에 현대 그룹 정몽헌 회장이 불법 대북송금 사건(?)인가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투신자살하였다. 그때 진즉 든 의문이 세상에서 제일 돈 많고 힘 있는 재벌 총수가 왜 그리했나 싶었다.     


20년이 지났다. 작년 5월에 등장한 리바이어던은 그냥 ‘검찰왕국’이나, ‘검찰공화국’으로 무어든 압수수색한다던가. 나는 2011년에 정년이 5년 이상 남았는데, 공무원에서 명예퇴직(퇴직 시 통계정책국장)하였다. 당시 30년이 지나는 공직이 지긋지긋해서였는데, 지금 보아도 잘했다 싶다. 더 있었다가 개망신(?) 당할 수도 ---.         


요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조작’ 어쩌구로 검찰이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수석, 통계청장 등을 수사한다는데, 일선 공무원은 좀 내버려 두라. 그들까지 시달릴까봐 안타깝고, 예전 공무원(벌써 12년이 지났지만)이 보니 딱하다.               


(한돌 생각) 과이불개(過而不改)가 아니라, 잘못은 고치고 바꾸고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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