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수 Mar 17. 2023

우리와 일본 : 과거·현재와 미래

한·일 관계가 복원(?)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측에서 윤 대통령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인한 것이라는데, 나는 이게 과연 잘하는 건지, 옳은 방향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무언가 많이 부족해 보여 여기에 내 생각을 적어 보려 한다.      


나는 일제 강점기에 살아보지 않아 일본을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처음 일본에 갔을 때(1980년대 후반, 내가 30대 초반의 나이였다), 깨끗한 거리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학교에 가는 어린이들이 손들고 떼 지어 길을 건너는 모습도 내 머리에 남았다. 모두 공중도덕을 준수한다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우리보다 앞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과거 한때 일본은 훌륭했다     


역사공부를 하다 보니, 일본은 미국의 페리에 의한 1854년 개항 이후 아시아에서 독보적 존재가 되었다. 이 부분에서 먼저 가는 나라, 즉 선진국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심지어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의 나라가 되자는 탈아입구(脫亞入歐)도 내세운 적이 있다.     


19세기 말이 되면, 청나라나 조선 등 주변 나라들이 모두 일본을 배우려고 일본에 몰려 갔던 것이다.        


일본은 지진 등 자연재해 때문인지 역사적으로 영토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다. 19세기 후반부터 일본의 외국에 대한 관심은 대만침공, 오키나와 병합, 대만 식민지화(1895년), 조선 식민지화(1910년), 만주 사변(1931년), 중일전쟁(1937년) 순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바로 일본이 대륙으로 나가는 과정이었다.     


이때 일본은 정한론(征韓論)과 대동아공영권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정한론이란 조선이 일본을 겨누는 비수(단도)로서 조선을 정복하지 않으면 일본이 위험하다는 논리이고, 대동아(大東亞)는 문자 그대로 Great East Asia로서 현재의 남북한, 중국과 대만, 몽골과 일본을 묶어 이 지역을 하나로 보는 개념이다.     


원래 조선은 대륙과 한반도에 걸쳐 있었다. 그런데 일본은 이걸 ‘한반도’와 ‘비(非) 한반도’(이걸 ‘한대륙’이라고 하자)로 나누어, 한반도는 조선으로, 한대륙은 만주로 나누어서 차지하려고 했다. 여기에 일본인을 집단 이주시켜 자기네 것으로 근본을 바꾸려 하였다.     


1909년 일본은 청나라와 사이에 우리 몰래 간도협약을 맺어 두만강 이북 땅을 청에 주었다. 그 대가로 만주지역의 철도부설권 등을 얻었다. 남의 것을 팔아먹고는 대가는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재주를 부렸다.       


일본은 1937년 난징대학살을 저질렀다. 그곳에서 민간인 수십만 명을 학살하고도 아직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모양이다. 만약 같이 살아나갈 민족이라면 그리 모질게 대하지는 않았을 게 분명하지 않을까? 2차 대전 중 유태인 수백만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holocaust)에서 나치는 유태인이 자기네와 함께 살 민족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독일은 이에 대해 늘 철저히 반성하고 있다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은 이유는?

-----------------------     


일제의 조선, 대만, 만주에 대한 생각     


조선, 대만, 만주 중에서 일제는 한반도의 조선만큼은 완전히 일본으로 바꾸려 했다. 땅이름부터 사람 성씨와 언어까지 모두 일본으로 바꾸려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역사 전체를 조작하는 만행이 벌어진다.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이승만 대통령은 대마도 반환을 요구하였다. 이때 일본은 느닷없이 임나일본부설을 들고 나왔다고 한다. 즉 예전에 경상도와 전라도에 일본 땅이 있었다는데, 5세기에 신공황후가 정복했다고 억지를 부렸다던가? ( 그 증거를 아직도 제대로 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서 임진왜란(1592년)이나 정한론(1870년대)과 한일합방(1910년)은 자기네 옛땅을 찾으려는 것이었다라는 괴변을 하려는 것이다.     


그러다가 1950년에 북한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나서, 우리의 대마도 반환요구가 흐지부지되어버린 모양인데, 1948년과 1949년 일본은 이승만 대통령의 대마도 반환요구에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관련된 책 두 권을 소개한다(아래, 책 표지 사진 참조).   

  

일본은 2차대전 중에도 아시아에서 침략한 다른 나라는 대개 나중에는 독립시켜줄 생각을 가졌지만, 조선만큼은 ‘한대륙’과 ‘한반도’로 나누고나서, 특히 ‘한반도’는 완전히 일본으로 바꾸려 하였다.

-------------------     


창지개명과 창씨개명, 한글(조선어) 사용 금지     


복거일의『비명을 찾아서, 京城 쇼우와 62년』라는 소설이 있다. 1987년에 쓴 작품인데 비명(碑銘)이란 ‘비석에 새긴 글’이고, 주인공이 비석에 적힌 이상한 글을 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암살에 실패하였다면? 아직도 일제강점기가 지속되고 있지 않았을까라는 가상(假想) 역사(이걸 대체역사라고 한다)에 대한 책이다.     


우리가 1945년 광복이 되지 않은채 여태 세월이 흘렀다면, 지금 우리는 지명과 성씨부터 모두 바뀌고, 한글도 모두 잊은 채, 일본 사람이 되어 일본 땅에서 일본말을 쓰며 살고 있을 것이다. (무슨 차별이 있을 게 분명하지만!)      


일제는 1910년 8월 29일 합방 직후부터 전국의 토지를 조사하면서, 지명 자체를 일본식으로 바꾸었다. 전국에서 약 3만 6천개의 지명이 바뀌었다고 한다. (창지개명, 創地改名)     


중국과 전쟁을 벌이고(1937년), 미국과 싸우면서(1941년) 조선에서 성씨를 일본식으로 바꾸게 하였고(창씨개명, 創氏改名), 한글(조선어) 사용도 금지하고, 국어(國語)라며 일본어 사용을 강요하였다.

--------------------     


일본의 조선 지배는 철저한 전환이었다     


조선, 대만, 만주에 대하여 일본은 각기 다른 형태의 식민지배를 하였다.      


1895년부터 일본 식민지가 된 대만은 역사적으로 대륙과 소원한 상태에 있어 대만인은 대개 일본의 식민지배를 그리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제는 대만에도 1940년부터 창씨개명을 시도했지만, 중국어(漢語) 사용을 금지하지 않았고, 대만인들은 자발적으로 일본어를 배우려 했다고 한다.      


만주는 1931년 노구교사건을 빌미로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나서, 1932년~1945년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우고 청의 마지막 황제 부의를 내세웠지만, 일본인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창씨개명은 물론 중국어(漢語) 사용 금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반도는 철저히 일본으로 바꾸려 하였다.     


1. 내선일체(內鮮一體)라며 일본은 내지(內地, 섬인데 ‘안에 있는 땅’이라니 좀 웃기지만), 한반도는 선(鮮)이라며, 하나로 만들려고 하였다(실제 차별이 많았지만 겉으로는 그랬다).     


한편 만주와 조선이 하나라는 만선일체(滿鮮一體)나 만선사관(滿鮮史觀)이 있었는데, 바로 일제가 조선의 옛땅 ‘한대륙’을 ‘한반도’에서 떼어낸 흔적이 분명하다.       


2. 예전 역사를 철저히 바꾸어 놓았다. 통일신라·고려 왕조에서 있던 ‘한대륙’의 국경을 모두 ‘한반도’ 안에 있다고 조작하였다. 1910년 한일합방 직후부터 전국의 역사책을 모두 걷어들여 소각해 버렸다. 중요한 자료는 모두 일본으로 가져가 버렸다.     


3. 일본은 지금 자기들 교과서조차 옛날 조작된 대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어린이들은 5세기 경 신공황후가 세운 임나일본부가 한반도에 있다고 배우고, 일본이 1905년에 대한제국(조선) 몰래 시마네현에 편입한 우리땅 독도(獨島)가 일본땅 다께시마(죽도, 竹島)인데, 우리가 지배하고 있다고 배운다.      


이런 상태인데, 도대체 어떤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까?  

-------------------------            


우리와 일본의 미래     


나는 우리 동아시아가 사이좋게 살기를 희망한다. 중국·일본·러시아·몽골 등 이 지역에 있는 나라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와는 언어와 역사가 같은 북한과는 서로 번영하고 발전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동아시아 나라들은 우선 과거사부터 같이 연구하고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지금처럼 조작된 역사에 함몰된 상태로 어떤 일도 하기 힘들고, 무언가 진행하더라도 미봉책에 불과하니 반복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철저히 자기들 잘못을 반성하고 나서, 주변과 진지하게 화해에 나서야 한다. 먼저 자기 역사부터 제대로 기술하고 국민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 역사도 제대로 적고 제대로 배워야 한다. 요즘 역사책이나 여러 프로그램에서 보면, 내가 지금껏 배운 역사(?)가 모두 가짜인 것이 분명하다.


현재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일본은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데도, 여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우리 강단사학계의 분발을 촉구한다.      


나는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처럼, 동아시아 나라들(한국과 북한, 중국과 대만, 일본, 몽골)이 유럽연합(EU)처럼 평화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 이걸 동아시아연합(EAU, East Asia Union)이라 부르면 어떨까?     


* 「매봉재산 30」은 정치·사회 현상에 대해, 어느 지공선사(地空善士,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사람, 가끔은 指空禪師)가 쓰는 글입니다.     


(사진1) 대마도 관련 책 표지          



(사진2) 동아시아의 밤  



매거진의 이전글 국방 : 최전방 감시를 로봇에 맡긴다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