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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Apr 06. 2023

양곡관리법과 포퓰리즘 논란

요즘 쌀이 또 난리가 난 모양이다. 옛날 쌀시장 개방 때와 비슷한 회오리가 일고 있다. 7년 만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나도 예전보다 밥을 덜 먹는다. 주식만 따진다면 밀가루 음식을 더 많이 먹지 않을까? 그런데 요즘 어떤 언론에서는 이렇게 귀한 ‘볏님’을 ‘벼놈’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벼농사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나? 북유럽처럼 식량자급율이 높은 국가는 어쩌고저쩌고 한다.     


그런 기사 쓰는 이들에게 묻는다. 혹시 공동농업정책(CAP)이라는 말은 들어보았나 모르겠다. 위키백과에서  찾아보았다. (너무 오래된 글인데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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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농업정책(CAP)     


공동농업정책(共同农业政策, Common Agricultural Policy, CAP)은 유럽연합의 농업 보조를 위한 시스템이다. 공동농업정책에 충당하는 유럽연합이 이 정책에 투자하는 예산은 2005년 기준으로 유럽 연합의 예산의 4300억 유로로 측정되었으며 이 금액은 전체의 44%를 차지한다.     


공동농업정책은 최소 가격 보장, 유럽연합 밖의 특정 물품에 대한 수입세 등을 포함하여 가격 보조 계획을 통해 곡물과 경작지에 대해 직접 보조금을 제공한다. 직접 보조금 제공은 다음과 같이 제공된다:     


- 농지가 좋은 품질의 경작 기준(Good Agricultural Condition)을 유지한다.

- 다각화나 생산자 조합을 설립하는 등 농촌부의 발전에 기여한다.

- 환경에 기여하는 농지 운영을 실시한다.     


1992년까지 유럽연합의 농업 지출 비용은 거의 유럽연합 예산의 61%를 차지하였다. 2013년까지 전통적인 공동농업정책이 소비하는 몫은 거의 절반(32%)에 다다를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럽연합의 지방 정책에 대한 양은 1988년에 유럽예산의 17%를 차지하였으나 2013년에는 그 두 배인 거의 36%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농업정책의 목적은 농가에게는 적절한 생활 수준을, 소비자에게는 적정한 가격으로 품질 좋은 식품을 각각 제공하는 것이며, 또 농업의 문화 유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공동농업정책은 사회적 변화에 따라 식품의 안전이나 환경 보호, 채산성, 대체 연료 등의 중요성에 꾸준히 관심을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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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유럽연합의 사례를 검토해 보자. 농가와 소비자가 행복하고, 혹시 있을  수 있는 식량위기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왜 벼를 수매해서 보관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치는가? 벼 생산 이전에 농지는 보전하고, 벼농사를 짓지 않는 기간에 농가에 보조금을 주는 방법은 어떨까?          


그런데 요즘 언론은 셈을 잘하지 못한다. 이건 수학(數學)이 아닌 산수(算數)인데 말이다. 그들의 이야긴즉     

- 예전에는 1인당 쌀을 연간 150kg 소비했지만 요즘은 50kg 정도 소비한다.

- 국내에서 생산된 쌀로도 먹고 남는다.

- 여기다 외국에서 의무수입해야 한다.

- 벼를 수매하면 보관비용이 들고, 소비하지 못하면 사료로 쓰거나 폐기해야 한다.     


잠깐 살펴보자. 벼(쌀)의 생산과 소비(1인당 연 50kg)를 비교하면 이 품목 하나만으로는 국내 생산으로 자급하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전체 먹거리 중에서 주식으로 쌀 뿐 아니라 밀 콩 등을 소비하는데 나머지는 거의 다 수입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 밀가격을 크게 올렸듯이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다른 곡물  가격이 오르거나, 전 세계에 품귀현상이 되면 무언가 대체 식량이 필요하지 않나.     


미국의 PL480을 아는가? 미국이 자기들 잉여농산물을 외국에 무상으로 주는 법이다. 내가 어릴 때는 학교에서 미국이 보내준 옥수수(강냉이)와 분유로 빵을 만들거나 우유죽을 끓여서 아이들을 먹였다(집에서는 굶으니 이걸 먹으려고 학교에 오는 아이도 있었다). 미국이 고맙지만 사료로 쓰고도 남는 것이었을 것이다.       


만약에 우리도 쌀이 남아돌면 이걸 빈곤한 나라(앞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한에 주어도 된다)에 원조해 주자. 다른 나라를 돕는데 현금 대신 현물로 원조하는 것이다.      


우리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이고, 무역의존도가 70%나 되는데, 이 무역로에는 지금은 사이가 어떤지 몰라도 역사적으로 우리를 핍박한 적이 있는 일본이나 중국 등 가상적국(假想敵國)이 자리하고 있다.      


해군력 증강이 급하다. 중형항공모함, KF21N, 핵잠수함을 만들어야 한다. 소요 예산은 의무병사들 봉급인상 예산부터 여기에 쓰자. 지금 세수가 부족해서 난리인데, 병사 봉급인상은 총선 앞둔 포퓰리즘 아닌가?      


정부 여당의 말대로, 수매한 쌀 보관 문제가 진정 걱정이라면, 이렇게 하자. 농지를 다른 용도로 바꾸는 것은 절대로 금지하면서, 벼농사를 거르는 조건으로 농가에 보조금을 주자(이걸 ‘예비농지’라 하자). 원래 유럽연합(EU)의 농업정책(CAP)도 이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비군이 국가안보라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듯이, 지금은 경작하지 않더라도 ‘예비농지’를 두어 혹시 있을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글자 그대로 식량안보이다.              


아래 글은 작년 8월에 써둔 것이다. 나는 이모작(二毛作)까지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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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날(818)’에 이모작(二毛作)을 떠올리다     


원래 ‘쌀’이란 곡식의 껍질을 벗긴 알맹이를 일컫는다. 그래서 ‘쌀’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쌀(벼) 뿐 아니라 보리쌀(보리), 좁쌀(조) 등이 있다. 즉 벼, 보리, 조에서 나온 곡식 낟알도 ‘쌀’인 것이다.          


8월 18일이 ‘쌀의 날’이었다. 쌀의 한자(漢字) 표기인 ‘미(米)’의 획이 여덟(八), 열(十), 여덟(八)으로 형성되어 있어, 2015년에 농림축산식품부가 8월 18일로 정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쌀 한 톨을 얻으려면 팔(八)+팔(八), 즉 88번의 농부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쌀의 소중함을 알리고 이를 생산하는 농부의 노고에 감사하고 쌀 소비를 늘리자는 취지의 ‘쌀의 날’에 대해 ‘벼’나 ‘보리’ 아니 ‘볏님이나 보릿님(화가 나 있다고 하니 좀 높여 부르자)’들이 화가 잔뜩 나 있다.          

도시 사람들은 벼나 보리를 ‘쌀나무’니 ‘보리나무’니 한다는데. 어떤 식물이 열매를 얻기까지, 씨앗이나 모를 심고 이게 자라 꽃 피우고 여물어 열매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데, ‘벼’나 ‘보리’를 심어, 이게 자라 꽃 피고 열매를 얻고, 그걸 두들겨 패서 껍데길 벗기고 가공 끝에 얻어지는 산물인데 ‘벼’가 아니고 ‘쌀’이라 부르지?(보리는 그대로 ‘보리’지만)           


벼, 보리, 밀을 비교해 보자. ‘보리’와 ‘밀’은 나중에도 ‘보리’이고 ‘밀’인데, 우리 ‘벼’의 산물만 ‘쌀’이라 차별하는지 항의한다. 즉 우리 이름을 되찾아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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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벼에 대한 생각     


예전에 ‘통일벼’를 생각해 본다. 어릴 적 봄이면 춘궁기, 보릿고개라 하여 나라 전체에 곡식 창고가 비어 국민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던 가난한 시기에 혜성같이 등장한 스타작물이다. 이로서 국내 곡식 부족이 해결된 대단한 사건이다. 그후에는 쌀막걸리도 나오고 각종 쌀 소비 촉진시책이 추진된다.(전에는 쌀로 술을 빚지 못하게 했다.  수입 밀가루로 만든 소위 ‘카바이드 막걸리(?)’는 골때리는 술이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통일벼가 주도한 녹색혁명’은 1209번의 도전과 실패가 만든 기적이라고 한다. 이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국가연구개발 반세기 10대 성과 사례’에 선정된 역사적 사건이라고 한다.          

통일벼가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지구 반대쪽에서 ‘아프리카형 녹색혁명’을 이루어 서부 해안인 세네갈에서 ‘이스리(Isriz)’라는 품종으로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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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二毛作)을 연습하자     


어릴 적 학교에서 선생님이 점심도시락을 검사했다. 지금은 모두 학교식당에서 만든 점심을 먹지만, 예전에 모두 도시락을 싸서 다닐 때 이야기다. 쌀이 부족한 시절에 쌀 대신 보리나 잡곡을 먹도록 정부가 혼분식(混粉食)을 장려하던 시책이었다. 이때 잘 사는 집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빈부 격차가 드러나서 나는 점심시간이 좀 싫었다.           


이런 어려운 시절이 지나, 지금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식량자급율은 낮지만, 쌀만큼은 자급이 가능하고, 식생활 변화로 쌀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국내에서 생산된 쌀만으로도 매년 30만t 정도 남는다고 한다. 한편 밀의 자급율은 0.8%에 지나지 않은데 매년 밀 200만t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데, 내가 어릴 적에는 흔히 볼 수 있던 2모작(즉 가을에서 초봄에 보리나 잡곡을 심었다)이 없어진 게 신기하다. 만일에 대비해서 돌아가면서라도 가을에 보리(밀, 조, 콩 등 잡곡도 좋겠다)를 심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거야말로 식량안보를 위한 국가적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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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봉재산 30」은 정치·사회 현상에 대해, 어느 지공선사(地空善士,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사람, 가끔은 指空禪師)가 쓰는 글입니다.

         

 (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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