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과 ‘동방의 등불’

by 신윤수

H형! 4월도 벌써 7일째가 되어 갑니다.


이번 4월도 어느 스님이 어땠다더라, 가짜 신고 등 우스개 ‘만우절’로 시작하고,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라는 엘리엇의 황무지를 들으며 시작하는 듯 싶었소. 그런데 좀 우울하게---


이번 주에는 6개의 기념일이 달력에 적혀 있습디다.


4·3희생자 추념일(3일)

식목일(5일)

청명(5일)

한식(6일)

예비군의 날(7일)

보건의 날(7일)

----------------------


4·3희생자에 대한 생각


1947~8년에 일어난 ‘제주 4·3사건’에 대해 말이 많던데, 실상을 잘 모르지만, 이미 국정기념일로 4·3희생자를 기리는 날이 되었는데, 여기에다 좌익이니 우익이니, 김일성 지령이니 남로당이 어떠니 하며, 75년 전의 일에 이념을 들이대는 게 나는 매우 언짢았다오.


이러다가 130년 전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걸 사람에 따라 동학혁명, 동학난이라고 부르던데)에다가도 이념의 잣대를 대려는 걸까요?


특히 북한 출신 모 국회의원이 자신은 북에서 배웠다며 어떤 이야기를 하던데 아주 기가 막혔다오. 여기 대해 할 말이 많지만 그만 두고.


그때는 대일항쟁기*가 1945년 8월 15일에 끝나고, 1947년 3월 1일부터 1948년 4월 3일이라면 아직 정부수립도 되지 않은 시기인데, 그때 서울도 아닌 섬 주민들이 어떤 이념(나는 지금도 소위 좌익과 우익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오)에 따라 행동했을 리가 없지 않소?, 1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났고 그중에는 일가족이나 동네 주민 전체, 어린이와 부녀자도 많다는데 말이요.


* ‘대일항쟁기’는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의 제안에 따라 ‘일제강점기’를 대치한 말입니다.


이미 법정기념일로 기념되면서 일단 정리된 일을 역사에 맡겨야지 다시 끄집어내어 좌익 우익 어쩌니하니 화가 많이 나더라고. 이때 제주도민의 70%가 좌익(?)이라는 보고서가 있다나 어쩌나(이런 쓰레기들 참!). 이나저나 이념 이전에 사람이라면 매우 슬프고 안타까운 거 아닌가요?


그런데 기록을 보니, 6·25전쟁(1950~1953)과 5·16군사정변(1961)이 지나 처음 치러진 1963년 제5대 대통령선거에서 제주도는 70%가 박정희 후보를 지지했다고 합디다. 이때 윤보선 후보는 박정희의 남로당 전력 등 매카시즘을 제기했다던데(?). 전국에서 박정희 득표율은 제주도에서 제일 높았고, 그후에도 제주도는 대선·총선에서 민주공화당이 승리했다고 합니다(이상 나무위키에서 옮김). 이런데 좌익 운운하고 있으니?

----------------------


타고르 ‘동방의 등불’


4월에는 타고르를 생각합니다. 타고르는 대일항쟁기에 조선에 오려다가 오지 못하고, 대신 1929년 4월 2일에 동아일보에 시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 시절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으니 이 시에는 우리 고대의 감수성에다 어떤 동병상련(同病相燐)이 있었을 겁니다. 나는 이 시에서 우리 옛 역사 『환단고기』를 느낍니다.


인터넷에서 찾아 그대로 적어봅니다.


동방의 등불 ㅡ 타고르


일찍이 아시아 황금시대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그대는 동방의 찬란한 빛이 되리.

마음에 두려움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롭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은 곳

진실의 깊음 속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은 곳

무한히 퍼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국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 타고르(1861~1941). 인도 문학의 정수를 서양에 소개하고 서양 문학의 정수를 인도에 소개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1913년 〈기탄잘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동아일보〉 창간에 즈음하여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를 기고,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한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글 끝에는 내가 가진 <기탄잘리> 책 표지(사진)

----------------------


이번에 전에 쓴 시를 조금 고쳐 보았습니다.


잘 사는 법 2 – 한돌 신윤수


머리는 차겁게

가슴은 뜨겁게

손은 부드럽게


다리는 강하게


그리고

모두

착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


(전에 ‘예쁘고 착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꿔보았습니다)

---------------------


H형! 모처럼 봄비가 와서 사방이 한층 푸르군요.

미처 벌나비도 만나지 못하고 비바람에 떨어진 꽃들이 안타깝지만,

어쩌겠소.

그러려고 내년이 있는 거 아니겠소.


20230407_053005.jpg

(기탄잘리)


* 앞 사진은 2023년 4월 4일에 찍은 관악산 연주대 전경

이전 19화미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한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