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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May 17. 2023

100년 전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학살사건에 대하여

요즘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무너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뉴스가 줄을 잇는다.     


우리 쪽에서 시찰인지 확인인지 간다는 이야기,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나 어쩌고, 석학(碩學)인지 석학(石學)인지 어떤 영국인이 이 물 1리터 마셔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까지 보도되고 있다.   

     

나는 꼭 100년 전 이야기를 하려 한다. 우리나라 어떤 사람은 100년 전 일로 일본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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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00년 전 관동대지진에서 6천명의 조선인이 학살당했다     


1923년 9월 1일 일본에 대지진이 났다. 이른바 관동(關東) 대지진이다.     


아래는 『근현대 한일관계와 국제사회』 강상규·김세걸, 방송대출판부, 2013, 188~190쪽에서 요약한 내용이다.        


1923년 9월 1일 도쿄 일원의 간토 지방은 지진으로 인하여 궤멸적 피해를 입었고, 민심과 사회질서가 대단히 혼란스러운 사태를 맞았다. 일본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였다. 내무성이 각 경찰서에 하달한 내용 중에 ‘재난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일본인이 자경단을 조직하여 조선인 6천명을 학살하였다. 그후에 일본정부는 최종적으로 유언비어를 공식확인하였으나, 피해자의 수를 축소 발표하고, 자경단 일부를 연행 조사하였으나,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모두 무죄 방면하였다. 


학살사건으로 인한 사법적 책임 또는 도의적 책임을 진 사람이나 기구는 전혀 없었으며, 이후 공식적인 일본정부의 진상규명은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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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사죄해야 한다     


나는 2021년에 쓴 『푸른 정치와 시민기본소득』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였다.(94~97쪽)      


일본인에게 질문한다. 조상들이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벌인 일을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고 있는지?     

2011년 일본에 큰 지진이 발생해서, 우리가 매우 안타까워했고, 성금으로 약 1천억원을 모아서 전달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감사는커녕 1923년과 비슷하게 ‘한국인이  독약을 풀었다’는 이야기가 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다음은 1923년 관동대지진에 관련된 신문기사이다.     


‘지진으로 하루 만에 홀랑 타버린 튼튼하지 못한 수도를 갖고 있다는 것도 일본에게 별로 명예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큰 일본의 불명예는 9월 2일 있었던 조선인 소동이다. (중략) 얼마나 어리석고 생각 없이 행한 야만의 극치였던가.      


지진 당일을 기념하려면, 먼저 이 조선인 소동의 전말을 어떻게 해서든 공표하고 그 과오를 천하에 사죄하는 일이 먼저 되어야 한다. 9월 1일에 대지진이 있었던 사실은 아무도 아직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인 사건에 대해서는 잊기는커녕 그 사실을 묻어버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는 곧 수치에 수치를 덧칠하고 있는 격이다.’     

< 도쿄 아사히신문> 1924년 8월 28자 석간     


- 『근현대 한일관계와 국제사회』 188쪽에서 전재     


1923년이면 100년에서 꼭 2년이 부족한 시기다(나는 2021년에 이 책을 썼다). 이때도 일본은 사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정녕 이것이 이웃나라인 일본의 민족성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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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징용문제를 따지는 것도 이해하지만, 민족정기 말살을 위한 창씨개명이나 관동대지진시 약 6천명의 조선인이 살해당했다는데 대한 경위를 묻고 사죄를 요구해야 되지 않을까.


2011년 일본에 큰 지진이 나서 우리나라에서 진심으로 걱정했는데, 이에 대한 감사는커녕 1923년처럼  ‘한국인이 독약을 풀었다’고 했다는 보도가 거짓이었기를 바란다.


(『푸른 정치와 시민기본소득』94~97쪽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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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조사와 사죄가 필요하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해 지난 일이니 이해한다고 치자. 그때만 해도 힘센 나라들이 주위 약소국을 집어삼키는 약육강식의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조선인들이 일본군에 편입되어 전쟁에 참가하거나, 위안부가 되거나, 강제노역을 한 사람들이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어쨌든 사과요구나 유감 어쩌고  등 어떤 흔적이라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부터 꼭 100년 전 관동대지진에서 발생한 약 6천명의 조선인 학살 사건에 대해서는 여태껏 전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선린우호의 감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려 하더라도, 자신들(자기 선조들)의 잘못을 제대로 역사책에 기록도 하지 않고,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일본인들은 정녕 역사를 배우지 않는가? 1937년 일본군의 난징대학살로 약 30만명의 중국인이 죽었다고 한다. 이때는 전쟁상황이니, 전쟁이란 원래 그런 거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를 잊지 않고 있고  일본에 사죄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으로 2차대전이 끝나고 나서 조선에 살던 일본인들이 떠나는데도 일본인을 대상으로 어떤 폭력사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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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진지하게 반성해야     


202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났다. 우리 국민들이 일본이 걱정되어 성금을 모아 보냈다. 이때 한국인이 테러를 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나는 1923년의 학살사건이 연상되어 걱정했다.      


‘尹, 100년 전 일로 일본 무릎 꿇어야’에 동의 못해     


지난달 미국을 국빈 방문하여 의사당에서 영어 실력을 뽐낸 모씨 이야기다. 나는 이때 할말을 잃었다. 

*브런치 게재글 「‘100년 전 일’, 나는 할 말을 잃었소」 20230425      


나는 그래도 언론들이 尹이 말한 100년 전 일이 무언지 알아보고 분석보도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우리 언론이 큰 문제다. 모두 권력의 눈치를 보는지 진실규명도 역사공부도 하지 않는 언론이 걱정된다.     


2023년 9월 1일이면 1923년 관동대지진이 난지 100년이 된다. 요즘 언론에 등장하는 12년 전 일(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2011년)도 문제지만, 100년 전 억울하게 희생당한 조선인 6천명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한돌 생각) 관동대지진 시 발생한 조선인 학살사건의 공식 조사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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