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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May 24. 2022

고비사막의 들개(사막개)처럼 살아볼까


고비사막을 처음 보는 나에게는 모든 게 신기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빠르게 달리는 우리 차를 쫒아 옆에서 달리는 들개(사막개?)들은 신기했고 많이 부러웠다. 그들 사이에도 대장이 있고 졸개도 있어 보였다. 그들은 아마도 우리 사람 종자를 측은하게 생각할 게 뻔했다. 자기들처럼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으르렁거리지도 못하니까 말이다. 

  

다음은 내가 그들의 자유로운 삶을 동경(?)하는 글이다. 코로나 끝나고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 꼭 다시 한번 가고 싶은 나의 버켓리스트다.      


첫번째 글이다. 사막에 드물게(1~2년에 한번) 비가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며칠 사이에 사막 전체가 푸른 초원이 되었다가, 며칠 지나면 다시 사막으로 돌아간다. 이 짧은 시간인데도 사막에서 씨앗으로 잠자던 식물들이 깨어나 잎 내고 꽃 피고 씨앗 만들고 하며 후세에 유전자 전하기가 진행된다. 벌나비도 잠시 깨어나서 자기 번식도 하고, 할 일(꽃에 수분하는 것)도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고비사막에서 ‘초원의 빛’을 마주하였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것이 돌려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서러워 말지니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얻으소서 

---

(윌리엄 워즈워스 1770~1850)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대자연 앞에 너무나 미소(微少)한 나는 그저 미소(微笑)할 수밖에. 사막에서 사람이라는 종자는 자연을 적대하는 파괴자일 뿐이었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다. 


두번째 글은 사막을 흐르는(아마 어쩌다 가끔 흐를거다. 이걸 와디, wadi라 한다던가?) 개천 주위 모래언덕에서 들개(사막개)가 물에 뛰어내리는 광경을 보았다. 저녁에 그 녀석의 하루를 생각하며 쓴 글이다.        


* 2016년 7월, 벌써 6년이 되어간다.



고비사막의 푸른 초원과 사막개          


누군가 죽였대

그래, 죽었다고 들었어

한낮에 검은 보자기로 싸 놓았대     

다 늘어져버린 열사의 구석에다가

에어컨 뜨거운 바람나는 골목길에


고추 먹고, 달래 먹고


고비사막에 비 내린 지 3일째 

세상은 모두 푸른 색

청산에 살어리랏다

소 말 양 염소 낙타 먹고 살어리 살어리랏다     


우리는 들개(사막개) 3형제

모였으니 이제 우리가 다 해 버리자

그들이 죽였다니 우리가 그게 되어버리자 

나는 왕(king dog), 너는 꼬바리 곧(god), 니는 그냥

사막개(desert dog)     


중생대는 공룡 뼈다귀와 발자국을 드러낸 채

모래 속에 숨어있고

이번 소행성이 부딪고 나면 이번에는 우리가 왕 될 차례     

며칠 지나면 다시 주검의 땅, 불모(不毛)로 돌아가는데

모두 싹 틔워 자라서 꽃 피우고 짝 짓고 바쁜데


게르마다 솔라패널(solar panel)로 불 밝히고 더운 물로 샤워하는 사람 무리들     

여기에다 나무 심는다는 한국애들도 여기 사람처럼

엉덩이가 파랗다는데     


고비사막에서는 우리 사막개가 신이다

개(dog)가 곧 곧(go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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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늑댄데 들개조차 될 수 없는 지금이 싫다     

모두 자기자리 지키고 살던 날

나는 늑대였다

너도 늑대였다

늑대들이었다      

뛰고 기다 낭떠러지에서 날아 강에 떨어지는 하루는 즐거웠다

늑대지만 척할 수 없음.

늑대로 돌아갈 수 없음.

밤에는 …  …     


개 되어

들개 처럼

들개 스럽게 모양낸

들개의 하루는 정말 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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