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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Jun 27. 2023

대학 입학은 쉽게, 졸업은 어렵게 (졸업정원제)

교육 문제로 나라가 어지럽다. 한동안 이 분야에 관심이 없었는데, 갑자기 나라가 킬링필드(killing field)로 바뀌었는지 ‘킬러 문항’, ‘준(準) 킬러문항’  어쩌고 말부터 무서운 용어들이 나돈다.   

    

교육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없는 교육부장관이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국민의견도 수렴해야 할 사안이자, 고등교육법에서 4년 전에 공표하게 되어 있는 사안에 대해 어쩌고 한다.     


입시 관련 수사를 자주 하였으니, 교육전문가(?)라며 어떤 이가 해외출장 가기 전에 문제를 내고 나서, 돌아온 즉시 보고받겠다고 한 모양이다     


어떤 기사를 보니 교육부가 대학에도 엄포를 놓는 모양이다. 만일 대학별 전형에서 킬러 문항을 내면 교육부가 혼내 주겠다는데.     


대학의 자율성은 대한민국 헌법에도 명시된 사항이다. 만일 대학별 전형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을 내면 입학정원을 10% 축소한다(?)고. 이 나라 민주국가 맞아?, 대학의 자율성이 이런 거야?      


헌법 제31조

④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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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서열이 문제다     


왜 비싼 돈 들여 사교육을 받는가? 킬러 문항 풀려고? 아니면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이 몰래 알려주는 어떤 비밀 문제에 접근하려고?      


법조계에 전관예우 등 ‘법조 카르텔’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았는데, 사교육에 카르텔이 있다는 이야기는 이 나이 되기까지 처음 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인데, 이른바 일타강사가 돈을 많이 버니까 비난해야 한다고? 그럼 막 퇴임해서 돈 많이 버는 판검사는? 스포츠나 연예계 스타는? 이렇게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이야기도 나돈다.       


문제는 대학의 서열 때문이다. 입학정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좋다는 대학에 가려고 사교육을 받는 것이다. 거길 나와야 취직 잘하고, 결혼 잘하니까. 그러니까 이걸 고치지 않으면 모두 도루묵이다.     


사교육은 자연발생적인 것이다. 이걸 무얼로 막으려 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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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정도 보면 되도록 수능을 (쉽게) 낸다고 하자. 모두 수능 성적이 비슷해지면 대학이 어떻게 입학 여부를 가리지? 우수한 학생도 수능에서 한 문제 틀리면 입시를 망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불안심리에 쫓겨 사교육에 의존하면 어쩌지?    


결국 이것은 (중장기적으로) 수능을 독일의 아비투어(Abitur), 프랑스의 바깔로레아(baccalauréat)처럼대학입학자격고사로 바꾸고, 이 시험에 합격하면 전국의 대학 중 어디라도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겠다.     


대학 입학과 졸업을 별개로 다루자는 것이다. 입학이 졸업을 보장하지 않으니, 입학생이 많은 학교일수록 졸업하기가 어렵다. 학습능력 부족으로 유급하면, 바로 학교에서 제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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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정원제로 전환     


대학을 입학정원 대신 졸업정원으로 바꾸자. 누구나  대학입학자격고사를 합격하면 어느 학교든지 입학할 수 있지만, 졸업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제도다.     


고등교육법에 정해진 대로 4년 전에 예고해야 한다(고등교육법 제34조의5). 지금 중학에 다니는 아이들부터 이걸 알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해야 한다.     


 대학입학자격고사는 중학부터 고교까지 공교육 전체를 망라한 테스트가 되게 하자. 매년 충실히 공부해야 하고, 교과과정을 제대로 이수하면 쉽게 합격하도록 교육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하는 말     


“학교에서 즐겁게 공부하고 열심히 놀아라. 학원은 필요 없지만 만일 네가 더 배우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 이제 대학은 입학은 쉽지만 졸업하기가 어렵다. 대학 가서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모두 꽝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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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봉재산 30」은 정치·사회 현상에 대해, 어느 지공선사(地空善士,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사람, 가끔은 指空禪師)가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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