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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Jul 26. 2023

탄핵제도를 탄핵한다

어제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결정이 났다. 9인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 즉 만장일치 기각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한 나의 법적 견해는 좀 다르지만, 결정이 나버렸으니 그렇다 치고, 현행 탄핵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따져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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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정이 이리 늦었나?     


예전 박근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때는 빠르게(100일 전에)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왜 그랬는지 법에서 정한 180일을 거의 다 보낸 167일 만에 결정이 났다.      


만약 좀 더 빠르게 결정했더라도, 이번 전국적 홍수피해의 주무부처인 행안부장관이 공석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더 잘 대응했을지는 미지수이더라도 말이다.     


탄핵 사건이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드문 사건인데, 헌법재판소가 이렇게 사건을 오래 움켜쥐고 결정을 미루었다니 어처구니없다. 헌법재판소의 직무유기 아니면 직무태만 아닌가?    


재판관 7인 이상이 출석하고, 6인 이상의 의견일치만 있으면 되는데 말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심판정족수). 그런데 이번에는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같은 만장일치 사건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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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탄핵?     


여기에 대해 대통령실은 ‘거야(巨野)의 정치탄핵’이라고 비난한다고 한다. 만약 국회가 여당이 많은 거여(巨與)라면, 아예 국회의 탄핵제도는 발의하지도 못한다. 국민은 어디서도 애로사항을 말하지 못한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독재니 행정독재니 하는데, 여기다 국회마저 여당이 다수가 되는 순간 우리 국민의 자유는 완전히 없어진다.     


공정과 상식을 주장하고, 늘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이 다수 국민의 의사를 대신하는 국회의 정상적 활동을 비난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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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탄핵의 책무가 있다     


원래 탄핵제도는 통상의 절차로는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공직자에 대한 것이다. 이번 경우에도 국회가 이상민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의결했지만,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탄핵이 시작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지 않나.     


우리나라에서 국무총리 임명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장관들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공직자에게 어떤 헌법이나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면 부득이 탄핵제도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탄핵소추는 국민들의 책임추궁의사를 국회의원이 대리하는 것이다. 국민이 거리에서 집단 의사표시를 하는 것보다 탄핵소추가 효율적이고 경제적이기도 하다. 이로서 헌법·법률 위반 문제는 결론이 난다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따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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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법 개정 등)     


앞서 살핀 대로 국회의 다수당은 헌법과 법률 위반 혐의가 있는 공직자를 탄핵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      

탄핵 사건에서 국회가 소추기관이고, 헌법재판소가 결정기관이다. 즉 일반 형사사건의 검찰의 역할을 국회가, 법원의 역할을 헌법재판소가 하게 된다.


이번 사건 결정문(별개의견)에 보이듯이 장관이 법률을 위반하기는 했지만, 위반 정도가 파면에 이를 정도인지 아닌지 여부는 결국 시간을 들여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한다.     


이번에는 167일이나 걸렸다. 과거 대통령 탄핵사건보다 이번 사건이 더 판단하기가 어려웠나? 아니면 어떤 다른 고려가 있었나?       


탄핵심판사건에서 국회 법사위원장(현재는 여당 쪽)이 검찰 역할의 소추위원이 된다(헌법재판소법 제49조, 소추위원). 정부 쪽 인사를 탄핵하는 사건인데, 소추위원이 여당이라면 경우에 맞지 않는다. 법사위원장이 여당이라면 소추위원은 야당이 맡도록 헌법재판소법부터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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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헌법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헌법 제7조 

①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행안부장관은 공무원이고, 그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여기서의 책임은 헌법 제65조(탄핵 조항)에 규정된 ‘헌법이나 법률 준수 의무’를 넘는 광범위한 책임이다.     


공무원에게는 법적 의무를 넘는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있다. 만일 상급기관에서 제대로 관리감독을 받고, 징계도 받는 하위직이라면 법령에 규정된 일을 소홀히 해도 무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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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아직도 이태원참사의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현재 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특별법 입법을 추진하는데 여당이 반대한다던가. 이번에 탄핵심판으로도 제대로 책임을 추궁하지 못한 사안이니만큼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이 정부 들어 국회가 다수결로 결정한 법률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런 법률이 ‘입법독재’라고 비난하는 정부·여당,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 통치‘를 하니 어떻게 해야 하나. 일반 시민은 갑갑할 뿐이다.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어영부영 말고, 국회는 정말 제대로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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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법세기’는 ‘어느 법학사의 세상 읽기’를 줄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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