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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Nov 02. 2023

북한에 별빛정책(starlight policy)을 펴자

이제 이 나라에 통일이나 평화가 없어졌다. 전에 있었던 통일부는 국방부를 도와 전쟁을 준비하는 부처로 바뀐 모양이고, 신문이나 인터넷에는 매일 어떤 부대가 미군과 (때로는 일본 자위대와 합동으로) 무슨 훈련을 한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북한 정책을 ‘햇볕정책’, ‘달빛정책’으로 영어로는 sunshine policy, moonlight policy라 부르더니, 지금은 오직 전쟁, 즉 war policy뿐인가?      


만일 우리가 사는 곳에 전쟁 위험이 사라진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뀔까? 우선 주식시장, 환율과 무역수지, 국가신용도가 달라질 게 분명하다. 지금의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아니라 오히려 전쟁 위험이 사라진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이 생길지 모른다.     


남과 북은 918년 고려 건국 이후 1천년 넘게 같은 말을 쓰고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한겨레로 살아왔다. 그런데 어떤 방법이 없을까?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단일팀을 이루었는데---. 이제 햇볕, 달빛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별빛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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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회고록에서     


올해 김대중 전 대통령 육성회고록이 중앙일보에 연재되었다. 나에게는 지난 5월 16일자 회고록, 북한 김정일이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첫 번째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김정일 우리 먹으려 했던 중··러 견제 위해 주한미군 주둔해야”-김대중 육성 회고록 1  〉2023.5.16.


김정일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대통령께 비밀사항을 정식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며 미국 공화당 조지 H W 부시 정부 시절에 있었던 비화를 털어놨다.     


김정일: “1992년 초 미국 공화당 정부 시기입니다.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미군이 계속 남았으면 한다. 남과 북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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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반복했다. 2000년 10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만났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은 우리(미국)가 한국에 군을 주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들 김정은도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조율을 위해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와 신장처럼 다루기 위해 미군 철수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폼페이오는 회고록에서 “김정은은 자신을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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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한반도 문제, DJ가 운전대 잡고 나는 조수석 앉겠다”-김대중 육성 회고록 232023.10.24     


김대중 회고록 23번째 기사에는 한반도 문제에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미국은 보조적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미국도 우리 태도에 따라 바뀌어 왔다는 이야기다.       


1990년 독일통일에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왔다. 미국은 ‘2+4=1’이라는 공식으로 독일 통일을 지원한다. 여기서 2는 서독과 동독, 4는 관련 당사국 미국, 소련(소련은 1991년에 해체되어 러시아, CIS가 되었다), 프랑스, 영국이다.     


위 회고록의 클린턴 말고도 전임 트럼프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주선으로 김정은과 직접 만나는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그는 김정은에게 친구라고도 했다.---        


위 회고록에 김대중의 통일론이 있었다. 김대중의 통일론은 남북연합→남북연방→완전통일로 진화되었고, 햇볕정책이라는 말은 1994년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 쓴 용어라고 한다.     


김대중은 미국 보수진영의 헤리티지재단 연설에서 “강한 의지에 입각한 태양정책”을 말했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침략이나 영토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 ‘태양정책’을 적용한 곳에서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강풍정책’만 적용한 데에서는 전체주의 체제를 변화시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전자의 예는 소련·동유럽·중국 등이고, 후자는 베트남·쿠바·북한 등입니다. 우리는 따뜻한 태양빛 아래 북한과 공동 번영 및 민족 통일의 길로 함께 나갈 것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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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변화시키는 별빛 정책     


김대중 회고록을 보면, 북한의 김정일도 나름 정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어릴 적 북에는 늑대와 이리가 사는 줄 알았는데,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나 유튜브 등에서 접하는 탈북민의 프로그램을 보면, 북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들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걸 별빛 정책이라고 부르자. 햇볕, 달빛이 아니더라도 별처럼 희망을 보여주고 1년에 한번 만나지만 미래를 기약하는 견우-직녀와 같은 별빛정책(starlight policy)을 고안해 보자.     


공산왕조와 북한 주민을 분리하고, 북한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 작년 6월 통계에서 탈북민(북한이탈주민)의 수가 3만 3천명을 넘는다.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이 있겠다. 이를 위해 국가보안법이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전향적으로 고쳐야 한다.


탈북민이 친인척, 지인과 만나거나 접촉하는 행위를 간첩죄나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처벌한다면 그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겠나? 그들이 자연스레 북한 주민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데 말이다.


전부터 내가 가진 의문이다. 밤에 불도 제대로 켜지 못하고 식량 부족으로 굶고 죽기까지 한다는 북한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이런 사람을 빨갱이나 종북(從北)주의자 어쩌고 부른다는데, 이런 사람이 있나?         


지금처럼 북한을 ‘선제공격하겠다’거나 ‘남을 공격하면 철저히 응징하겠다’만으로는 북을 조금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남쪽을 핑계삼아 북한 공산왕조의 입장을 강화시켜줄 뿐이다.     


우리가 매년 북한 전체 GDP의 1.5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쓰는데, 북한이 그렇게 두렵나? 혼자 힘으로는 감당이 안되어 미국과 일본(그리고 유엔군까지)을 끌어들이나? 그렇다면 우리도 핵무기를 만드는 게 상책이다. 국제사회에 ‘북이 핵무기를 버리면 우리도 즉시 버리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자. 우크라이나와 베트남을 돕듯이 북한을 돕자는 것이다. 물론 군사적 용도로 전용되지 않게 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별빛정책(stralight policy)은 대개 이런 모양이 되겠다.

1. 자주국방과 핵무기 개발, 여기에 한국군 전시작전권 회수가 전제된다.

2. 북한을 인도적으로 지원한다.

3. 북한이탈주민의 친인척 또는 지인 만남과 접촉을 허용한다(국가보안법 등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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