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수 Nov 23. 2023

나라님, 재가, 사저---? 헌법개정이 급하다


갑자기 아니 1년 반 전부터 대한민국이 군주국으로 바뀐 모양이다. 선거 운동 때부터 손바닥에 임금 王을 쓰고 다니던 이에게 어떤 이가 ‘나라님’이라고 부른다.     


국힘 혁신위원장 인요한이 취임 한달을 맞아 한겨레와 인터뷰를 한 모양이다.

서영지/신민정 기자, 등록 2023-11-21 05:00, 수정 2023-11-21 18:07

------------     


인요한 대통령은 나라님-용산 관계 재정립 요구에     


오는 23일로 취임 한달을 맞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0일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통령은 나라님”이라고 못박았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 한겨레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윤석열 대통령은 상당히 오픈마인드고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인다”며 “중진 등이 대화가 안 된다면, 그건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라 질문을 안 한 사람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요구한 대통령 측근·중진·당 지도부의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 요구에 대해 “100% 움직인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3일이면 딱 혁신위원장을 맡은 지 한 달이다. 스스로 평가하면 몇점인가

“70점. 낙제는 아니고 겨우겨우 살려가는데, 80~90점짜리는 아니다.”     


(이하 생략)

-------------     


대통령이 나라님이라고     


예전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각하’라고 불렀다. 그러다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더니 이제 ‘나라님’이란다. 이 정부의 본색이 드러난 건가(?).      


매달 전용기 몰고 부부 동반 세계여행을 즐기는 윤 모씨에게 ‘각하’, ‘님’이 아니라 ‘나라님’이라고 한다. 어이벙벙할 뿐.     


‘나라님’이라면 ‘임금님’이나 ‘나라 자체’라는 것인데, 이쯤 되면 역사에 나오는 프랑스 태양왕(Roi Soleil) 루이 14세(1643~1715)의 ‘짐은 국가다’와 같은 말 아닌가? 


누군가의 언어사용에 시비 걸자는 건 아니다. 그런데 공화국의 ‘대통령’더러 군주국의 ‘나라님’이라며 여당을 혁신한다니 좀 그렇다. 무슨 뜻인가?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다. 그런데 직접 이런저런 식으로 당무에 개입한다고? 예전 노무현은 선거개입 어쩌고로 탄핵을 받지 않았나?  

---------------     


말에서 제왕적 대통령을 없애야     


‘나라님’은 공화국에서는 사용되지 말아야 될 용어로 보인다. 그 외에도 몇 개를 살펴보았다.     

언론 등에서 문재인, 박근혜 등 ‘전임 대통령’이 사는 곳을 ‘사저’라고 부른다. 아마  그곳을 ‘궁궐’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면 그리 부를 참인가.     


‘대통령’이 어떤 일을 결정하거나 서류에 서명하는 걸 ‘재가’(?)라고 한다. 그냥 결정하거나 결재했다고 하면 되지 않나?  


사전을 찾아보자(네이버 어학사전). ‘나라님’은 대통령이 아니라 임금이라는 뜻이고, ‘재가(載可)’란 왕의 결재라는 뜻이고, ‘사저(私邸)’는 개인의 저택이기도 하지만 고관(高官)이 사사로이 사는 집이라 되어 있다.       

- 나라님 : 나라의 임자라는 뜻으로, ‘임금’을 이르는 말.     


- 재가: 裁可

1. 안건을 결재하여 허가함.

2. 왕이 직접 안건에 어새(御璽)를 찍고 결재하여 허가하던 일.     


- 사저 : 私邸, 개인의 저택. 또는 고관(高官)이 사사로이 거주하는 주택을 관저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     


나라가 군주정인가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데, 일부 사람이나 언론의 어투는 그렇지 못하다.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런 언어사용법을 보면서 나라가 진정한 공화정이라 할 수 있겠나?

-----------------     


프랑스처럼 헌법에 언어조항을 두자     


프랑스 헌법 제2조는 이렇게 되어 있다.     

① La langue de la République est le français.

② L'emblème national est le drapeau tricolore, bleu, blanc, rouge.

③ L'hymne national est "la Marseillaise".

④ La devise de la République est "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

⑤ Son principe est : gouvernement du peuple, par le peuple et pour le peuple.     


① 공화국의 언어는 프랑스어다.

② 국가의 상징은 청, 백, 적의 삼색기다.

③ 국가(國歌)는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이다.

④ 공화국의 국시는 ‘자유, 평등, 우애’이다.

⑤ 공화국의 원리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다.       


유럽의 외교어이자 귀족어이던 프랑스어가 20세기 초부터 약해지고, 프랑스 내에도 영어의 지나친 유입으로 프랑스어가 위협받자, 프랑스는 1992년 헌법 제2조에다 언어조항을 두고, 1994년 ‘투봉법(Loi Toubon)’을 만들었다.     


‘투봉법’은 1975년 ‘바로리올(Bas-Lauriol)’을 확대한 것으로, ‘프랑스어의 풍부화’, ‘프랑스어 사용의 의무화’, ‘공화국의 언어로서 프랑스어의 보호’라는 세 가지 목표를 지향한다. 이를 위반 시 벌칙을 부과한다.   

-------------     


대통령의 영어연설에 대하여     


윤 모씨는 올 4월 미국(의회), 6월 프랑스(부산 엑스포 유치 PT) 영어를 자랑하였고, 이번에도 영국(의회)에서 영어연설을 하는 모양이다. 자기 딴에는 영어실력을 자랑하려는 것이겠지만 그곳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리 생각하지 않을까.     


(미국과 영국 사람 생각)      


저 나라는 자기네 말이 없나? 왜 우리말(영어)로 지껄이지? 잘 듣지도 못하게 말이야. 자기네 말로 하고 통역을 통해 들으면 서로 편한데 말이지.      


(프랑스 사람 생각)     


우리나라(프랑스)는 헌법에 프랑스어 전용을 명시한 나라인데, 여기 와서 우리말(프랑스어)이나 자기네 말(한국어) 아닌 영어를 쓴다고? 우리를 욕보이는 것 아냐?     

--------------


대통령의 언어사용은 매우 중요한 외교 행위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국어를 두고 영어를 쓰는 건 누군가의 실력발휘가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전통문화를 경시하는 작태라고 생각한다.


헌법

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엄숙히 선서합니다.” 

-----------------     


국회 다수당의 헌법상 책무를 묻는다     


헌법에는 국회에서 1/3 이상 또는 과반수 의석을 가진 다수당만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일을 명시하고 있다.    


1. 고위 공무원 탄핵        


국회는 고위공직자를 탄핵소추할 수 있다. 대통령은 과반수, 총리나 장관은 1/3 의석으로 탄핵을 소추하고, 대통령은 2/3, 다른 사람은 과반수로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다.      

탄핵결정은 헌법재판소의 9인 재판관 중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인용된다. 여기서 보면 검찰처럼 소추기관에 불과한 국회는 고위공직자가 헌법과 법률을 어긴 것이 100% 확실하지 않더라도 그리해야 한다. 다른 기관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헌법 개정안 발의     


국회의원 과반수는 헌법개정을 제안할 수 있다. 어느 정당이 2/3의 절대다수가 아니라 과반수만 있어도 헌법개정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한 것에 유의하라.     


헌법


제128조 ①헌법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②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제129조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제130조 ①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②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③헌법개정안이 제2항의 찬성을 얻은 때에는 헌법개정은 확정되며, 대통령은 즉시 이를 공포하여야 한다.     

이런 헌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임기 4년 내내 헌법개정안을 전혀 제안하지도 않은 정당이 다시 다수당이 되겠다는 게 타당한가 의문이다.

-------------     


4월 10일 총선에서 헌법개정안도 함께     


나는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은퇴 시민〔자칭 지공(指空) 선사〕로서 4월 10일 총선을 앞둔  우리 정당들에게 한마디 하려 한다.     


국회의원 정원이 300명인데, 제1야당은 180석으로 시작해서 지금도 과반수를 훨씬 넘는 168석이고, 여당도 1/3을 넘는 111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정당들이 국회 다수당(과반수 또는 1/3 이상) 만이 할 수 있는 일들(탄핵소추나 헌법개정 제안 등)을 하지 않고 다시 다수당이 되겠다는 주장이 바로 유권자를 속이는 일 아닌가.     


당장 해야 할 일에 헌법개정이 있다. 개정할 조항으로는 양당이 모두 동의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가 있고, ‘우리말글을 헌법에 담자’는 내용이 있다.     


1.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포기 : 헌법 제44조를 삭제


제44조 ①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②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2. 우리말글을 헌법에 담자(프랑스의 예)      


제O조 대한민국의 말과 글은 한국어와 한글이다. 


이 헌법개정안을 국회에서 의결 후 내년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것이다.      

1987년 이후 한 글자, 한 조항도 고치지 않고 36년 넘겨 사용한 헌법을 당장 고쳐야 한다. 전에는 1948년부터 1987년까지 9차례 고쳤다. ‘낡은 헌 법’을 ‘새 법’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나는 진즉 헌법 제8조 복수정당제의 정신을 살려 중선거구제로 바꾸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전국을 2명 이상 뽑는 중선거구로 나누고, 각 정당은 선거구당 1명만 공천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전에 쓴 브런치글을 참조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