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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Dec 12. 2023

12.12쿠데타와 군대 이야기

1979년이니까 벌써 44년 전 이야기다.     


어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나서 한동안 가슴이 저렸다. 서로 싸운 그들은 누구인가? 10월 26일 박정희의 죽음은 무엇인가? 김재규는 의인이었나, 그는 미국의 비호를 받고 거사를 했나? 군사반란을 일으킨 무리들은 한때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했는데---      


어제 중앙일보 오피니언 란에 「보수 진영이 하나회 숙정하고 김오랑에 훈장」을 주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좀 뜻밖이다. 진보가 아니라 보수가 하나회를 쳤다? 김영삼 정부 때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건 김영삼이 김대중보다 먼저 집권했다는 이야기다.       


내게도 12.12. 저녁의 총성이 기억에 남아 있다. 무어라 할까? ‘젊은 어떤 밤의 총소리’라 할까. 먼저 중앙일보 기사부터 쓰고 다음에 내 기억을 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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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역사를 보다

 보수 진영이 하나회 숙정하고 김오랑에 훈장     


야권 “군부독재 대신 검찰독재”

여당 “전두환 같은 이재명” 응수
 

김준철 ‘김오랑 추모회’ 사무처장
 “민주당 무관심, 유승민이 도움 줘”
 
 민주당의 아전인수 해석은 모독
 유튜버 ‘좌파 영화’ 딱지는 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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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이 기사의 처음과 끝 단락이다.     


“군복 대신 검사의 옷을 입고, 총칼 대신 합법의 탈을 쓰고 휘두르는 검사의 칼춤을 본다. 군부독재만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지금의 검찰 독재도 모습과 형태만 바뀌었을 뿐 언제든지 국민들은 탱크로 밀어버리면 되는 존재로 여기는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27일에 한 말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일 북 콘서트 행사에서 “하나회가 정권을 잡아 ‘대한국군’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검찰 전체가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대한검국’을 만들고 있다. 현재와 같은 ‘신검부’ 체제는 종식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신군부에 빗댄 신검부라는 조어를 사용했다.     


(중간 생략)     


지난달 22일에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흥행 중이다. 10일 기준으로 약 650만 명이 봤다. 전두광을 비롯한 군사반란 주동자들과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위정자들을 향한 분노가 객석에 흐른다. 관객은 반란 세력의 무도함과 이에 맞섰던 군인의 용기를 보며 실제 역사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 역사를 운동권 민주화 인사들이 독점할 수 없다. 이들의 아전인수식 ‘서울의 봄’ 해석은 영화에 대한 모독이다. 보수를 표방하는 유튜버가 이 영화에 ‘좌파’ 딱지를 붙인 것 역시 오독(誤讀)이자 오도(誤導)다. 군사반란 세력을 내란죄로 처벌하고 반란군에 맞선 올바른 군인을 기리는 일에 보수 측 정치인이 앞장섰다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내일은 12월 12일 44년 전 그 날이다. 유치한 정치 싸움을 멈추고 우리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차분하게 생각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이상언,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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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12.12. 대학 사은회의 밤     


나는 그날(1979년 12월 12일) 남산 언덕길에 있던 호텔에서 서울대 경영학과 4학년 졸업생 사은회에 참석해 있었다. 뷔페식이었나(?) 저녁을 먹고 노래 부르고 덕담하는 시간, 갑자기 창문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콩 볶는 소리. 나는 이때는 이게 총 쏘는 소리인 줄도 몰랐다. 아직 군에 가기 전이었고, 나는 1981년부터 1984년까지 해병대 장교로 전방에서 복무했다.     


모임이 흐지부지 끝나고 남대문 쪽으로 걸어 내려오다 보니, 거리는 혼란 그 자체였다. 종로에 들어서도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흐르는데 버스가 다니지 않았다. 미아리가 집인데 돈암동 태극당 부근에서 버스를 탔나? 아니면 그냥 집까지 마냥 걸었던가? 자정 넘어 집에 도착한 것 같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해 내가 들은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     


10.26. 사건의 후속인 12.12. 쿠데타(군사반란)는 당시 보안사령관이자 합수부장이던 전두환이 계엄사령관 정승화와 특전사령관 정병주, 수경사령관 장태완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노태우는 전방 9사단 병력을 쿠데타에 참여시켜 군사반란에 성공한다.     


아마 전두환 등의 권력욕과 하나회의 조직력과 보안사의 통신감청 등으로 저항수단이 없던 국방부와 육군본부가 당한 사건이다.      


당시 어쩌다 대통령이 된 외교관 출신 최규하의 유약성, 국방부장관 노재현의 비겁성(미군 쪽으로 숨었다)과 미국의 방관(또는 사주 등)이 종합 작용한 것이 틀림없다.      


사실에 근거했다는 이 영화 ‘서울의 봄’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실체적 역사가 완전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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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주체국민회의가 있었다     


그때 우리는 이른바 유신체제, 즉 1972년에 만들어진 이른바 ‘유신헌법’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의 1868년 명치유신에 빗댄 이름이다.      


이 헌법에서는 ‘통일주체국민회의’가 대통령을 선출한다. 이른바 체육관 선거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몇천 명이 모일 장소가 아마 장충체육관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결과는 1인 후보에 대개 98, 99% 찬성, 지금 북한이  이런 모습일 것이다.      


거기서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등 3인의 대통령을 뽑았다. 국회에는 ‘유정회’라고 통일주체국민회의가 국회의원 정원의 1/3을 뽑았다. 이른바 모든 걸 1인이 독점하던 황제 대통령 시대다.        


어쨌든 이름에 ‘통일’이나 ‘통일 주체 국민’이 등장한다. 군사정부 시절인데, 그때의 위정자들은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 또는 대통령 선거 등에서 늘 ‘남북’이나 ‘통일’을 내세웠다.     


좀 핀트가 빗나간 것 같지만, 다음 이야기를 써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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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쓴 낡은 헌법을 고쳐야 한다


그런데 1948년 헌법 제정 후 1987년까지 9차례 헌법을 개정하고는 현재까지 36년 동안 헌법을 전혀 개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대통령이 여럿 바뀌더니 같은 민족이었던 남북이 적대세력을 넘어 전쟁을 앞둔 주적(主敵)으로 바뀌었다.     


요즘 신문·인터넷에는, 매일 어떤 부대 지휘관이 바뀌었느니, 어떤 부대가 (미군과 또는 한미일 합동으로) 훈련하고, 국방장관 합참의장이나 각 군 총장이 어디를 방문했다니, 전략폭격기가 한국 상공에 떴다는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이렇게 긴장을 고조하고, 선제공격이나 전쟁 불사까지 선언하더니 국제행사를 한다고, 일본 원전 오염수를 제일 먼저 마주하는 부산에서 엑스포를 하겠다니, 잼버리 파행이나 이태원 참사에도 제대로 책임지는 자가 없는데 큰 국제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고 믿었다니 기가 막히다.     


지난번 부산엑스포 이야기다. 11월 29일 새벽에 119 : 29라는 스코어가 났는데, 발표전까지 이게 박빙(薄氷)이니 어쩌고 속이는 바람에 나도 밤잠을 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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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지금 헌법(1987년 헌법) 조항을 여기 써 본다. 헌법 제3조~제5조와 제39조, 제92조다.     


3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4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여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5 ①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②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된다.      


39①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②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92①평화통일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

②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조직ㆍ직무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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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징병제가 필요, 이스라엘을 본받자     


요즘 군대의 병역 자원 부족으로 군 인력 운용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나는 전부터 남녀징병제를 택하자고 주장해 왔다.     


어제 의외의 소식을 들었다. 전직 의원이던 금태섭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남녀병역 평등 추진을 주장했다던가. 타당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윤석열과 이재명이 어떤 이유에서든 군에 가지 않은 탓으로 병역자원 부족 현실을 고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당장 육군 기준 복무기간 18개월을 병역법에 원래 정해진 24개월로 환원시키기만 해도 병력부족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그리고 여성은 장교와 부사관, 즉 간부로만 복무하는 세상에 유래 없는 불평등한 병역제도를 가진 나라가 정상적 나라인가? 정말 황당하지 않나?      


병역법     


3(병역의무)     

①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      

② 이 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병역의무에 대한 특례(特例)를 규정할 수 없다.


18(현역의 복무)     

① 현역은 입영한 날부터 군부대에서 복무한다. 다만, 국방부장관이 허가한 사람은 군부대 밖에서 거주할 수 있다.     

② 현역병(지원에 의하지 아니하고 임용된 하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복무기간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20. 3. 31.>

1. 육군: 2년

2. 해군: 2년 2개월. 다만, 해병은 2년으로 한다.

3. 공군: 2년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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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국 NYT는 ‘한국은 사라지는가, 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출산율 0.7, 북한 1.8을 들며 14세기 흑사병보다 심각하고, 병역자원 부족으로 남침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나는 이스라엘을 본받자고 말해 왔다. 이스라엘처럼 남녀가 모두 국방의무를 지고(다만 임산부는 현역 복무를 면제한다), 이스라엘처럼 핵무기를 만들고(올 4월 윤석열-바이든의 이른바 ‘워싱턴 선언’은 자주국방과 핵포기 선언이므로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국방의무를 완수한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주자고 주장하였다.      


이스라엘은 OECD 38개국 중 출산율 1위로서 3.01인데, 우리는 지난 3/4분기에 0.7이다. 큰 일 아닌가?


이스라엘에서 남성은 2년 반 여성은 2년 현역에 복무하는데, 임산부는 현역복무가 면제되는 남녀징병제를 채택한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이로서 주변 아랍국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나라를 지킨다.     


올해 3월 발표된 UN 세계행복지수 4위인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1위는 6년째 핀란드이고, 북유럽의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는 행복순위가 10위권 안에 있는 나라이고 남녀징병제를 채택한 나라다.      


(한돌 생각) 우리도 행복한 강한 나라를 만들자. 병역제도를 고쳐 남녀징병제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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